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디 리 Jul 07. 2022

손에 잡히지 않아도 내 것

20. 유명산 (2022.02.26 토)




벌써 20좌라니! 알게 모르게 늘어나는 등력이 작지만 소중하다. 일주일에  번가는 산은 왜인지 항상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남들은  3 PT 가고, 매일 런닝을 한다는데 운동으로서 등산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몸은 그대로이고, 마음도 아직 불안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확인했던  같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남부럽잖다'를 마음에 새긴다. 자랑과 비교가 당연해진 시대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말이다. 나만의 속도가 있고, 취향이 있어. 타인과 비교하여 주눅 들지 말자.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순간이 모여 20좌가 되었다. 진작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한 기분이다.  


그동안은 결과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기대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이 주는 의미가 크다. 작은 노력이 모여 결과가 되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느끼는 마음이 나를 더 멀리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유명산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산에 가기 전 어비계곡을 들렸는데, 인공 빙벽은 자연의 것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유명산은 잣나무가 가득한 길로, 만만한 경사는 아니었지만 호젓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얼음나라 얼음산행

어비계곡의 빙벽은 영상 6도의 날씨에도 끄떡없었다. 인간이 만들고, 보수하는 곳이라 심어진 수도관에서 물이 졸졸 나왔다. 날은 파워 흐릿했지만, 얼음에서 나오는 광채 덕에 사진이 잘 나왔다.


유명산으로 이동하니 초입에 또 빙벽이 있었다. 이건 인공이 아닌 자연 빙벽인가 싶었다. 실제로 보면 유명산 빙벽도 거대한 편인데, 어비계곡 빙벽에 비하면 유치원생과 같다. 들머리에 있는 계곡이 꽁꽁 얼어 등산로를 잡아먹었다. 상당히 미끄러워 윗길로 돌아들어갔다.



#쓸쓸하지만 호젓한

겨울 산행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있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벽돌빛 낙엽들이 호젓한 풍경을 완성하는 것 같다. 해가 나지 않는 날은 더욱 그렇다. 유명산의 잣나무 사이로 휭휭 불어오는 바람이 홀가분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준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하도 매서워서 군밤장수 모자를 꺼내 썼다. 정상 부근에는 눈 소식에도 백 패킹하시는 분들이 텐트를 펼치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산속 캠핑을 해보리라 생각하며 추위를 피해 빠르게 내려왔다.



#산행을 마치며

7월 장마에 2월 겨울을 회상하는 것은 꽤나 즐겁다. 푹푹 찌는 여름에 시원한 빙벽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풀린다. 요즘은 연일 내리는 비에 산에 갈 엄두가 안 난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은 '여름 빼고 다'인 것 같다. 여름을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산에 못가며 서서히 싫어지려 한다. 대신 여름은 푸른 경관이 끝내주니까 마냥 싫어할 순 없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