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관악산 (2021.10.23 토)
산을 오르는 구간은 참 다양하다. 흔히 난이도와 소요시간에 따라 친절하게 A코스, 2구간 등으로 구분된 경우가 많다. 코스 추천 및 산행 후기는 얼마나 잘되어있는지, (과장을 조금 보태서)검색창에 '관'만 입력해도 관악산 포스팅이 좌라락 나온다. 오늘은 수많은 관악산 포스팅에 내 글을 살짝 얹어보겠다.
관악산을 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들머리는 서울대입구일 것이다. 그만큼 주차도 치열하고 유동인구도 많다. 나는 '산행은 하고 싶지만 사람은 많이 만나고 싶지 않아' 파이기 때문에 코스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과천 방향을 시작점으로 선택한 이유!
1. 여유로운 주말 산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그나마 적은 인파로 심신안정에 도움
2. 비교적 수월한 주차로 치열한 주차 경쟁으로 인한 신경 소모 줄이기
3. 등하산 시 두 가지 풍경을 보며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가능 (매우 중요)
저마다 코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른데, 여기서 개인 성향이 드러난다. 나의 경우, 꾸준히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동서남북에 조그마한 물웅덩이를 만드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코스 선택 기준도 중구난방이다. 아마도 나는 중구난방 사람일지도? 그래도 위 3가지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기준이 아닐까?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과천 방향에서 관악산을 다녀왔다. 관'악'산을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코스였다.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았고, 정상에서 역대급 인파를 만나서 당황하기도 했다. 접근성이 좋은 산인만큼 교통도, 코스도 잘 되어있어서 그런가 보다.
#오르기 편한 악산
악산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숭덩숭덩 앞으로 올라갈 수 있으면서 흙먼지가 적기 때문이다. 접지력 좋은 등산화만 있으면 악산 어디든 갈 수 있다. 특히 비가 온 후 흙길은 질퍽이는데 반해 돌길은 빠르게 건조되기에 오히려 부상 위험이 적다고 생각한다.
과천시보건소 옆에 마련된 들머리 역시 사방이 돌이었다. 돌길 클라이밍을 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한참 헉헉대며 오르면 막혔던 숨이 뚫리는 구간이 온다. 그리고 뻥 뚫린 뷰를 바라보면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돌길에는 흙길에선 느껴보지 못한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다.
나의 사랑 등산푸드, 사과! 수분을 충전하면서 허기를 달래기에 적합하다. 김밥 같은 요리는 차가운 상태로 먹으면 속이 싸하게 불편했던 터라 되도록 싸가지 않는다. 아삭하게 먹기 편한 사과 한 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왁자지껄 연주암
연주암 근처만 가도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등산객들의 알록달록한 옷들로 사찰이 화려하게 물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북적임이었다. 무엇보다 정상 부근에 자판기가 있다? 이건 정말 혁명이지. 현금이 없어서 마시진 못했지만 한참을 자판기를 바라봤다.
#역대급 인증 맛집 대기줄
연주대의 정상석이 멋져서인지 인증사진을 위한 대기줄이 어마어마했다. 약 40분가량을 대기했던 것 같다. 맛집도 줄 서서 안 먹는 나는 기다리며 내내 꿍시렁거렸다. 하지만 관악산 정상석 인증은 놓칠 수 없기에 꾹 참고 기다렸다.
남녀노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산은 정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국민 스포츠임을 실감했다. 특히, 5살짜리 아이가 조막만 한 발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나 지긋하신 백발의 어르신이 달랑 물 한 병만 들고 산에 오르는 모습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정상석에서 장시간 줄 서기는 나에게 동기부여가 안된다. 관악산은 사람적은 새벽시간에 출발하기 기억하자.
#산행을 마치며
올라갈 때는 탁 트인 절경에 눈이 호강했다면, 내려올 때는 잘 닦인 길에 무릎이 편안했다. 하산길로 올라왔다면 경치가 막혀 조금 지루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딱 1시간 걸려 하산을 완료하니 2시로 매우 허기졌다.
이번 산행에서는 '카드와 현금을 꼭 가지고 다니자'는 교훈을 얻었다. 현금이 없어서 시원한 캔음료를 마시지 못한다면 조금 서운할 수 있다. 어디서 자판기가 뿅 하고 나타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