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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리 Apr 06. 2022

고양이들 전세살이 (서울편)

6. 도봉산 (2021.10.31 일)


도심 산은 고양이 천지다. 얼룩이, 치즈, 태비, 턱시도 등 다양한 귀여움이 가득하다. 입을 막고 '귀여워~!'를 연신 내뱉는 것도 잠시, 숲생태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생존이 아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소동물을 사냥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다람쥐, 산새, 개구리와 같은 초식동물을 공격하면서 숲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산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도심 산에만 고양이가 많을까? 그 이유는 사람이 고양이를 유기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배회하다가 흘러 흘러 산을 찾게 된다. 결국은 생태계 피라미드 외부에 존재하는 인간이 생태계를 망친다. 경기권 산에만 가더라도 고양이를 만나기 어렵다. 한순간에 사랑스러운 집고양이에서 생태계 파괴냥으로 전락해버리는 무서운 구조다.


도봉산은 고양이가 전세 냈다고   있을 정도로 고양이가 많다.  소원은 고양이들이 산을 떠나 사람의 집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것이다. 전세살이의 보증금으로는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귀여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집사의 입장에서 글을 쓰며 조금 흥분한 것을 인정한다. 도봉산의 모든 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유기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요일 오전, 고양이는 평화롭게 소파에서 그루밍을 하고 집사는 열심히 산을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그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도봉산

2021년 10월 31일 일요일, 도봉산에 다녀왔다. 듣던 대로 고양이가 많았고, 고양이와 노느라 예상보다 늦게 하산하게 되었다. 도봉산 등반에 2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마당바위까지 와서 포기 선언을 했었고, 두 번째는 탐방지원센터를 벗어나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산행을 철수했다. 좋아진 체력과 일기예보를 미리 살피는 새로운 습관 덕분에 신선대를 다녀올 수 있었다.



#한가한 불상을 지나치며

이번에도 사람이 적은 코스를 선택했다. 오르고 있을  하산하는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것이 주는 기쁨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행하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아주  기쁨이다. 대신 코스의 난이도가 있었지만 (크기가 제각기인 돌로 만들어진 ) 험난하다는 생각까지 들진 않았다. 오르면서 만난 불상의 크기에 압도되었는데  중턱에 있는 절엔 항상 불상이 있는  같다는 생각을 중얼거리며 마저 가던 길을 갔다.



#마당바위의 고양이

도봉산의 마당바위야말로 고양이의 천국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체력을 소진한 등산객들이 간식을 주섬주섬 꺼내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특유의 눈망울로 애처롭게 울면 음식을 나눠주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래서인지 마당바위에 상주하는 고양이들은 포동포동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까치들도 까악 까악 먹이를 쟁취하기 위해 분주하다. 돌 위의 사람과 고양이, 까치라니 희한한 조합이다.



#추가된 장비

이번에 도봉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 스틱을 구매했다. 마운틴 이큅먼트, 블랙 다이아몬드 등등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내 마음에 끌리는 녀석으로 멋대로 골랐다. 사실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여 큰돈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2022년 4월 현재 시점에서는 등산 스틱이 한 짝밖에 남아있질 않지만 이 이야기도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다.



#신선대의 고양이

신선대에 오르기 전 쉼터에 살고 있는 고등어냥. 돌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당돌하게 다가와서 배를 보여준다. 애교 많은 몸짓에 비해 그렇지 못한 눈빛. 등산스틱으로 휘적휘적 놀아주다 보니 15분이 사라졌다. 도봉산 산행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고양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상 소요시간에 +30분을 추가해야 주린 배를 잡고 하산하지 않는다. 나는 거의 공복으로 산에 올라서 배를 잡고 하산했다.



#암릉의 정상

신선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앞과 뒤에 늠름한 자태의 암릉이 있다. 바위 사이에 있는 나무들은 회색빛 암릉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운해가 자욱하게 깔린다면 정말 산신령이 나타날 것 같은 풍경이다. 신선대 정상이 비좁아서 오랫동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육성으로 연신 감탄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온 기억이 난다.




#가을의 색상

10월 끝자락에서 보는 형형색색의 단풍이다. 높고 맑은 하늘을 물들이는 잎들이 참 사랑스럽다. 산에 다니며 사계절의 소중함을 배우고, 각 계절을 흠뻑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못 담는 것이 항상 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또 산에 오르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는 것일지도.



#산행을 마치며

그날의 산행일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11시에 하산을 하면서 엄청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역시 산행은 아침산행이 최고인  같다. 산행을 마치고도 점심이  안되었다니. 이건 마치 하루를 공짜로 얻은 느낌이다.

그리고 등산스틱을 처음 사용했는데, 처음 30 동안은 불편하다고 욕밖에  했다. 그리고 나머지 2시간은 엄청나게 좋은 물건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특히 하산하면서 무릎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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