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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리 Nov 23. 2023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건 아닌지

30. 소래산 (2022.05.29 일)


고도에 비해 근사한 풍경을 볼 수 있어 감사한 소래산. 가벼운 차림으로 훌훌 오르기 좋은 동네산이다. 자갈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낮은 고도라도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산이므로 조용한 산행을 희망한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우당탕탕, 왁자지껄

소래산 초입부터 옥수수 상인, 뻥튀기 트럭, 등산용품 매대를 지나오며 부산함에 정신이 없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기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피로감을 동반한다. 주말 동네잔치 같은 무질서한 분위기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오른쪽으로 오르고, 왼쪽으로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흐름마저도 흩어져서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중구난방 오르고 내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갑갑한 산행이었다.


인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속도를 내며 올랐더니 호흡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헉헉대며 도착한 정상에는 줄이 길게 있었다. 줄 끝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아이들이 소리치는 단어, 주민들이 막걸리에 환호하는 소리, 풍경을 바라보는 감탄사 등 다양한 소음이 섞여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상석 대신 비석 사진을 찍곤 반환점을 도는 마라토너처럼 하산을 시작했다. 



#산이 내 것도 아닌데

내려가면서 놓쳤던 풍경을 보니 마음이 진정됐다. 야트막한 고도에도 근사한 그림을 보여주는 고마운 소래산.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자연을 얼핏 느낀 순간이었다. 이미 자연 안에 들어와 있는데 자연을 느끼지 못한다고 툴툴대는 내가 미숙하게 느껴져서 피식 웃었다. 마음이 풀어진 김에 하트를 발사하는 사진도 찍었다.


'산에서 불평하지 말자. 산이 내 것도 아닌데' 생각하곤 더 이상 툴툴대지 않았다. 짧은 산행이지만 감정의 파도에 저 멀리 휩쓸렸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핑보드로 겨우 해변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평화로운 산에서 감정의 바다에 빠지지 않기로 다짐하며 묵묵하게 내려왔다. 난 참 바라는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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