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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리 Oct 08. 2024

주머니 속 만원 발견!

31. 계양산 (2022.05.30 월)

계양산은 2022년 오른 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계양산성이 있어서 그런지 풍경과 지리가 아주 좋다. 계양산성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에는 달동네를 걷는 기분에 보문동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경인여대 건물이 웅장함보다는 다정함을 품고 있어서 친근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친근함이 광활함으로 바뀐 지점은 육각정을 만나기 바로 직전이다. 제주도의 오름과 같이 나무울타리가 줄을 지어 있는 동산의 모습에 초원에 온 듯한 환상이 일었다. 육각정 앞에서는 실제로 '와' 소리를 냈던 것 같다. 마치 옷장에 넣어두었던 겨울 옷 주머니에서 만원을 발견한 기쁨이었다. 엄청나진 않아도 두고두고 그날 하루의 기분을 좋게 하는 사건.  


#만원보다 좋은 풍경


육각정을 지나지 본격적으로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강한 바람에 계양산 정상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아파트밭을 지나 풍경이 없는 계단길로 진입했다. 해가 나무 위로 사라지자 저온다습한 날씨가 포자처럼 옷을 파고들었다. 얕은 바람에도 으스스한 기운이 몰려왔다. 


정상은 아무것도 없는 구름 속 같았다. 50cm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구름이 심했다. 구름을 얼굴로 느껴본 적이 있다면 아주 얇고 미세한 셔벗알갱이가 모인 솜사탕이라는 표현에 공감할 수 있을까. 아주 미세하게 촉촉하고 노골적으로 시원하다. 시야는 제한되어 있지만 오감이 활성화되어 정상을 또렷하게 즐길 수 있었다. 기분 좋은 구름샤워를 마치고 내려왔다. 


#촉촉한 정상


⛰ 궁금한 분을 위한 계양산 요약

• 산행 일자 : 2022.05.30 월
• 높이 : 395m
• 거리 : 3.35km
• 코스 : 계양산성 박물관 - 육각정 - 팔각정 - 하느재고개 - 정상 - 하느재고개 - 계양공원 - 경인여대 후문
• 시간 : 1시간 30분 (입산 3:42 - 육각정 3:48 - 팔각정 3:56 - 정상 4:33 - 하느재고개 4:43 - 하산 5:11)
• 비용 : 입장료 X, 계양산공영주차장 무료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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