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성장을 꿈꾸는 엄마 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실천 후,
소비의 게으름을 더하다.
며칠 전, 남편이 꽁치 김치찌개를 데우다 냄비 밑에 있던 받침대까지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서 같이 데워버렸다.
순식간에 화학 물질 고무 타는 냄새가 나서 황급히 가스 불을 껐지만 이미 냄비 받침대는 재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받침대가 하나 밖에 없네.
하나 더 사야겠다.
남편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원래 우리 집에는 냄비 받침대가 하나였다. 남편이 태워버린 냄비 받침대는 어느 식당의 개업 기념 사은품으로 받은 받침대였다. 하나에서 두 개가 공짜로 늘어난 것뿐이지 굳이 2개까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일단, 하나로 사용해보고 정 불편하면 그때 2개를 사도 늦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냄비 받침대를 1개를 사용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막내가 아직 어려 식탁 위에 뜨거운 냄비를 2개씩 놓고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하나가 없어지면 당연히 그만큼 빈 공간에 또 하나를 채워 넣은 게 당연한 공식 소비 습관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말 그대로 소비의 질문을 더하기 시작했다.
집밥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대용량 올리브오일이 똑떨어졌다. 그래서 내가 올리브오일 사러 가야겠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안 사도 돼.
명절 때 들어온 선물 세트 중에
오일 많이 있어.
우리가 있는데도
자꾸 올리브오일을 샀더니
유통기한 지난 것도 제법 많아.
이제 남편도 변하고 있었다. 나의 무의식적인 습관 소비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그러고 보면 싱크대 수납 장에 온통 오일이다. 선물 세트로 종종 들어오기 때문에 집에 오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다 떨어졌으니까 습관적으로 새로 사야지 하는 단순한 소비 습관으로 길들어져 있었다.
얼마 전에는 물티슈가 똑떨어졌다. 과거의 나라면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사뒀을 테지만, 이번에는 쇼핑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미루고 미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서 받은 사은품 물티슈가 제법 많았다. 그런데 미리 쟁여두는 소비 습관으로 다 쓰지도 않고 일단 구입부터 하고 봤다. 하지만 아이들 피부에는 막 사용할 수는 없는 둘째에게 사용하는 베베 숲 물티슈는 2묶음 정도 있어서 이제 하나 정도 남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엄마가 아이들 내복이며, 양말이며, 파김치, 고무장갑, 거기에다 애터미 물티슈까지 바리바리 싸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물티슈 구입은 당분간 보류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도 소비의 텀을 조금 여유 있게 했더니 이렇게 굳이 먼저 사지 않아도 될 일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의 나는 습관적인 소비를 했다. 늘 마시던 루이보스 차 티백이 떨어지면, 또 사고 또 사고 반복이었다. 하지만 냉동실이나 냉장고를 보면 루이보스차를 대체할 옥수수수염차, 엄마가 챙겨준 옥수수차, 결명자차, 등등 많은 종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적인 소비를 계속 이어왔다. 그 흐름을 뚝! 끊게 만드는 것이 소비의 질문이다.
지금 사야 하나?
집에 대체재가 없을까?
꼭 필요한 것인가?
소비만큼의 있어서는 조금은 게을러져도 무방하다. 물티슈도 쇼핑하기 귀찮아 보류했더니 각종 사은품으로 받은 물티슈를 발견해 남김없이 청소 물티슈로 잘 사용했고, 친정엄마의 한가득 택배로 물티슈도 공짜로 생겨 아이들 닦이는데 사용했다.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전,
질문부터 해보자.
꼭 필요한 것인지,
혹은 집에 대체재가 없는지,
그리고 꼭 지금 구매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과소비를 하지도 않았고, 충동구매를 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고, 저축을 계획만큼 하지 못한다면 습관적인 소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의석적으로 구입하는 소비 패턴을 인지부터 해보자. 그래야 쥐도 새도 없이 빠져나가는 나의 월급을 꼭꼭 챙겨둘 수 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나의 월급,
내 작은 주먹에서 꼭 쥐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