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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Feb 25. 2018

엄마가 친구 없으면 아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투른 관계 속에 깨달은 이야기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엊그제 큰 아이 입학 통지서를 손에 쥔 채, 걱정과 불안으로 지내는 예비 학부모였던 것 같은데 벌써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낯선 학교라는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이 시작된다. 1학년 자녀를 둔 엄마 역시 긴장감과 새로움의 연속이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초등학교 엄마 모임이 아닐까? 첫 모임을 나설 때, 간편한 복장으로 가기엔 격식 없어 보이는 것 같고 너무 차려입고 가기엔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옷차림부터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렇게 학부모가 되었다는 통과의례를 치르고 나서야 하나둘,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는 엄마들 관계가 시작되었다. 

학교 엄마들의 모임이 작고 사소한 모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제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치원 때야 친구들 관계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는 보육을 넘어서 공교육이라는 첫 관문이 시작된 이상, 작고 사소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학교 엄마들의 모임에는 주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학교 엄마들 모임을 통해 우리 아이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공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나는 엄마들 모임에 종종 참석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동안은 월급을 담보로 시간과 장소적인 구애로 구속받은 삶이었다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인생의 큰 용기와 도전으로 반워킹맘, 반 전업맘으로 지내면서 오전에는 시간적 여유와 더불어 학교 엄마들 관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늘 직장 생활하면서 주위 엄마들과 어울릴 기회도 적었던 터라, 엄마들 관계 속의 일원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꿈을 실현하는 것처럼 설렘도 가득 찼다. 출퇴근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은 주위 또래 엄마들과 관계 유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큰 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엄마들끼리 함께 놀러 다니고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리그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내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 아이는 엄마의 업무 시간만큼 어린이집에 묶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초등학교에서는 그 한(?)을 풀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멀리서 볼 때는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다들 감정 소모가 장난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내 아이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회적인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자식이라는 아이를 앞에 두고 뒤에 서있는 학부모여야 하는데 아직 어린아이들은 엄마의 그늘 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 더 많으니까.


그중 친하게 지내는 엄마가 유독 다른 아이 혹은 다른 엄마들을 험담하는 상황에 놓여 불편할 때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나 엄마의 험담을 동조하고 공감해줘야 할지 난감하다. 



그래서일까?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를 불편한 기분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행여나 내 아이나 나도 저렇게 뒤에서 험담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에 더 잘 지내고 싶어 그 엄마가 만나자고 하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면서 끌려가다시피 관계를 이어왔다. 만나고 돌아서면 공허하고 내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낸 것 같아 저녁이 되면 허무하기까지 했다. 마치 약육강식 세계에 놓인 약자 된 기분이랄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라는 뜻인데 나에게는 학교 엄마들 관계가 불가근불가원 같은 존재여서 많은 감정 소모를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내심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럽고 너무 멀리 하기엔 소외당하는 것 같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엮인 사회관계에서 이렇게 깊게 들어간 적 또한 처음이라 서툴렀다. 


우연히 4학년 큰딸을 키우는 초등 선배 엄마를 만나, 학교 엄마들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진다는 내 하소연에 선배 엄마는 자신도 그러했다며 공감을 해주었다. 

흔히들 '엄마가 친구가 없으면 아이도 친구가 없다'라는 말은 초등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익히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 선배 엄마들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조언한다. 

"초등 저학년 때 엄마가 친구가 없으면 아이도 친구가 없을 것 같지? 안 그래! 너희 자식 못 믿어? 자신의 아이를 믿어봐. 학교에서도 자신이 마음 맞는 친구들을 스스로 사귀고 친해지도록 지켜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엄마가 억지로 붙여놓은 친구 관계는 오래가지 못해. 결국 사춘기가 오는 초등 고학년 시기가 오면 엄마가 만들어준 친구 관계가 아니라 자기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더 오래 만나고 인연을 맺더라고. 엄마가 친구 없으면 아이도 친구 없다는 말은 그때 그 순간 1, 2학년 때뿐인 거야. 학교라는 사회에서 아이는 자신의 영역을 잘 만들어가고 있을 거야. 넌 그저 믿고 지켜봐 주면 돼."

이 말을 듣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엄마인 내가 학교 엄마들을 잘 사귀지 못하면 내 아이도 친구 없이 외롭게 학교생활을 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엄마가 만든 친구 관계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친구 관계가 오히려 더 깊은 우정을 나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엄마들과 지내면서 가끔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꼭 조심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절대 남의 아이나 엄마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다른 아이의 단점을 굳이 엄마들 사이에서 험담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 큰 성인이 된 우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잊고 아이들에 대한 평가로 돌이킬 수 없는 경솔한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다른 아이의 단점을 뒤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 아이는 안 그런데"라는 뜻으로 내 아이의 칭찬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라고 해서 내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내 아이 역시도 실수할 때도 있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내 앞에서 다른 아이를 험담하는 사람은 곧 내 뒤에서 내 아이를 험담할 수 있는 엄마라는 현실을 기억하자. 

완전한 인간은 없기에 타인에 대한 평가는 되도록 말을 아끼자. 말을 아껴서 손해 보는 일보다 말을 함부로 해서 곤란한 일을 겪는 일이 더 많다. 학교 엄마들 관계에서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타인에 대한 평가나 말은 되도록 아끼는 것이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하는 지혜임을 기억하자.



둘째. 학교 엄마들은
아이들 이해관계에 놓인 관계일 뿐
진짜 친구가 아니다.



대부분 학교 엄마들의 주거지가 한 동네여서 자주 마주치게 되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매일 만나다 보니 쉽게 친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들 역시도 진짜 친구인 것처럼 편하게 대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다 서로 서운해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아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학교 엄마들 관계는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중년이 되어서도 절실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 관계보다 오랜 시간과 더 깊은 정성을 들여야만 가능하다. 아이들의 이해관계로 시작된 인연이라 그동안의 맺어온 친구 관계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조금은 적당한 거리에서 여유롭게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훨씬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이 되기도 한다. 


셋째. 친절한 것도 좋지만
너무 끌려가지 말자.



앞서 말했듯,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되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괜한 걱정과 노파심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엄마 친구가 없으면 내 아이도 친구 없이 외로운 학교 생활이 될까 싶어서 엄마가 먼저 나서서 모임이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끌려가게 되면 어느새 엄마의 자존감과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엄마들 모임에 끌려가느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든지, 집안일이 한가득인 채 혼자 남겨지면 시간만 허비했다는 공허함까지 밀려온다. 

뭐든 삶의 중심을 세우고 남은 시간적 여유나 마음으로 엄마들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좋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람으로 상처를 잊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지칠 때가 되면 혼자 있는 시간으로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그렇게 되면 오해했던 부분이 풀리기도 하고 관계에서 여유를 갖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던 내게 구세주가 되어준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 한 구절을 소개한다. 

"상처받지 않는 인간관계란 어디에도 없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평가와 인정만 바라보고 살게 되면 내 인생에서 나는 없어지게 된다는 아들러의 조언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끌려가지 않는 여유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엄마들과 잘 지내려고 애쓰는 시간에 내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는 것이 더 현명한 초등 학부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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