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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Mar 04. 2018

현실과 이상 사이의 뜨거운 열정

겨울이 묻는 날이 있을 것이다. 여름에 무얼 했느냐고

워킹맘으로 지내면서 주위 인연들은 같은 워킹맘과 더욱 교류하며 지내게 된다. 같은 상황에 있어서 서로의 고민과 사연을 터놓고 이야기하기에 동병상련의 동지가 된다. 그중 올해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워킹맘이 있다. 그녀는 대기업에 근무하16년 차 직장인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맞이하는 첫 방학을 맞이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아요. 다음 주에 큰 아이는 학교에서 여름방학이고 둘째는 어린이집 여름방학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방학 동안 아이들과 비비적비비적 늦게 일어나서 늦은 아침도 먹고 근처 박물관 구경도 가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쇼핑몰에도 가고 싶네요. 방학에도 방학답지 않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방학에서 워킹맘의 딜레마에 빠진 듯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느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어릴 때부터 직장 생활하는 엄마의 그늘 아래서 살고 있었던 우리 아이들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나의 경험담을 고백했다.

    


“이 고민은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다 이해하고 공감할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부산은 계곡도, 바다도 가까이 있어서 물이 항상 곁에 있는 지역입니다. 다들 방학이라고 SNS에 이웃 엄마들 혹은 반 엄마들끼리 다들 김밥, 통닭을 싸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물놀이 사진으로 도배되었더군요. 그런 반면, 우리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시간만큼 어린이집에서 갇혀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참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늘 반대편 인생을 부러워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에는 반 전업맘, 반 워킹맘이었습니다. 꿈꿔왔던 전업맘의 삶도 방학이라고 별다를 건 없더라고요. 오히려 시간의 압박이 없으니 늘어지게 잠만 자고 두 아들을 혼자서 돌보려니 힘에 부치더라고요. 날은 더운데 뜨거운 가스레인지 앞에서 삼시 세끼 매일 뭐 해먹이나 끝없는 걱정 하고요. 집은 치워도 엉망이고 엄마는 쉼 없는 잔소리만 합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노려니 갑갑하고 밖에 나가자니 날이 너무 더워 엄두조차 안 나고요.     


우연히 큰 아이를 방학 숙제로 권장도서 읽고 독후감 쓰기가 있어서 학교도서관에 보냈더니 오히려 더 좋아하더군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오랜만에 보는 친구도 만나고 좋아하는 책도 실컷 읽는다며 여름 방학 동안 오히려 도서관을 보냈습니다.    


큰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전 오히려 지금 돌봄 교실에 가는 아이가 훨씬 더 보기 좋습니다. 어릴 때는 실컷 놀아야 한다는 미안함은 있습니다만, 작년 여름 방학 때 마음처럼 놀아주지 못했거든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우리 아이는 학기 때처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등교 전 연산 학습지를 풀고 깨끗하게 씻고 학교에 갑니다. 돌봄 교실에서 점심때 나오는 도시락이 그렇게 맛있다네요.    


규칙적인 생활에 몸에 배서 학원도 학기 때와 똑같이 2년째 매번 같은 시간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개학 날이 다가와서 그동안 늦잠 자느라 익숙해진 생활 패턴에서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할 것도 없이 이대로 생활하면 됩니다. 잃는 것도 있지만 우리 아이가 늘어지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조금 편안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여름 방학을 잘 보낼 겁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여름 방학을 함께 한다고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저에게는 사실이었으니까요"


체코 슬로바키아 속담에 “겨울이 묻는 날이 있을 것이다.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오늘, 지금도 현실과 이상에서 갈등하고 이겨내고 노력하고 있는 모든 것은 결국 나중에 돌아오게 되어있지 않을까?      


우리는 반대편의 인생을 부러워한다. 일한다고 해서 잃는 것도 있지만 그의 반대로 해석하면 오히려 얻는 것도 있다. 내가 잃는 것에만 집중하면 한없이 괴로워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실을 고달프게 생각하는 건 나이지 않을까?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분명 잃는 것이 있을 것이고, 잃는 것이 있다면 분명 얻는 것도 있다. 다만 그 선택의 답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 남이 내려주지도, 우리의 인생을 점수로도 채점할 수 없다.


내가 전업주부로 살아간다 해도 다 얻는 것만은 아니다. 분명 잃는 것도 있다. 경제적인 여유는 차치하더라도 커리어, 일에 대한 성취감, 등 포기하고 잃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선택이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은 공존한다. 이왕 내가 선택한 삶이라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에 집중하는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에서 유은정 저자는 반대편의 인생을 부러워하면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선택의 방향도 달라진다.
여름에 준비하면
가을을 살아가는 태도가 달라지고
당연히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지만,
가을에서야 준비를 시작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지금 나에게 일(WORK)은 직업 이상으로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라 나의 손길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질 사춘기가 올 무렵, 그제야 잊고 지낸 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나에게 집중한다고 말이다. 나는 워킹맘으로 살아갈 앞으로의 힘든 순간순간을 앞으로 다가올 겨울을 위해 지금 나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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