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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미라클모닝은 미니멀 라이프, 비우기부터 쉽지 않았다
토요일 주말은 운동은 보류하기로 했었다. 주말이 아니면 주 중에 꽁꽁 싸매 놓은 미니멀 라이프 결심이 느슨해져 풀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토요일 아침부터 아이들 방 책장 5칸 정도를 비웠다. 남편 공부방에 있던 책장도 2칸 비웠고, 책 이동이 제일 큰 관건이었다.
조카들 읽을 책만 일단 박스에 보관해놓는 것이 내가 다짐한 미니멀 라이프의 작은 목표였다. 큰 목표이자 최종 목표는 소파가 이제는 창가가 아닌 거실 벽면에 있는 모습이었다. 때마침 오늘이 남편 계모임이었다. 기회다 싶은 생각에 남편이 집을 나서자 바쁘게 움직였다.
1200 낮은 책장 2개 중 하나를 비우는 게 목표!
막내 민이에게 링고 의자에 책을 실어서 형아 방으로 운반을 부탁했더니 재미있는지 곧잘 말을 잘 들었다. 요 녀석 도움 덕분에 거실에서 아이들 방까지 수월하게 이동했다.
책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뭘 이렇게도 많이 샀던 걸까?
뭐가 조급해서 당장 사야겠다고 안달이 났던 걸까?
중간중간에 다시 또 책을 비워내려고 마음먹었다.
장장 4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움직였다. 너무 힘들어서 탈진할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무모한 짓을 벌인 게 아닐까 하는 후회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몸도 힘들어지고 치워도 비워도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아 막막해지기까지 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청소의 쓴맛을 맛봤다고 할까?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비워내고자 했던 책장이 가벼워지는 모습이 보이자 내 몸무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바닥에는 온통 먼지투성이와 정리해야 할 물품들이 전부였지만,
엽이 1학년 때 사용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 교과서는 뭣이라고 저걸 보관하고 있었던 걸까? 3년 내내 배우고 있는 방과 후 바둑 교재도 이참에 모두 다 버렸다. 심지어 유치원에서 배우며 썼던 받아쓰기와 학습 교재들도 이참에 모두 다 버렸다. 주 중에 박스 하나 넘칠 만큼 종이를 버렸는데 또 한 박스 가득 버려야 할 것들이다.
난 그동안 너무 많은 쓰레기를 품고 살고 있었구나.
다이어트는 해야 하는데 오늘 같이 고된 날에는 어김없이 술이 날 부른다. 평소라면 시원한 캔맥주일 텐데... 나의 뱃살이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최대한 저칼로리 안주로 간단하게 소주 1병을 마셨다. 너무 피곤해서 술 없음 안될 것 같았기에~ 오른쪽 날개뼈는 욱신거렸고, 오른쪽 손목은 너덜너덜 거리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골병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직도 치우고 정리할게 많은데 엄두가 안 난다. 내일도 또 비우고 치우고 정리해야 할 몫이 한가득이다.
내일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얼른 자자.
몸이 너무 고되니까 잠도 쉽게 오지 않았다. ㅜ_ㅜ
눈 떠보니 6시 10분, 어제 집 비우기를 하느라, 저녁 먹은 설거지며, 집안 정리를 못했다. 설거지와 밥부터 안쳐놓고 미니멀라이프 시작! 어제는 맨손으로 작업했더니 손이 거칠어져서 오늘은 목장갑을 꼈다. (진짜 어디 이사 갈 집안 꼴이다)
남편의 도움으로 책장 비우기 실행 중,
책장 뒤에서 숨은 먼지 닦아내는 남편 발은 조연으로 ㅎ
집구석이 말이 아닌 집 꼴을 보던 남편이 아침에 합세했다. 폭격 맞은 집안 꼴을 도저히 지켜볼 수는 없었을 터, 역시 남자가 있어야 해. ㅠ_ㅠ
거실에 있던 책장 하나는 그 상태 그대로 현관과 거실 사이 복도에 옮겨졌다. 난 혼자서 절대 못함. ㅎ 그리고 나머지 하나 남은 책장은 다 비우고 지역 카페에 무료 드림했다.
문제가 발생했다. 막내 민이 전용 회전 책장이 무너졌다. 아, 정말 회전 책장은 아이들 책을 진열하기엔 정말 아닌 듯, 내구성이 떨어진다. 괜히 샀어ㅠㅠ 당분간 민이 책들은 어수선 상태로 있어야 한다.
냉장고 옆에 있는 아이랜드 식탁 자리 위에 온갖 공문서며 서류들을 정리했다. 선거 공문, 1학년 때 받아온 학교 공문도 보관하고 있을 줄이야. dvd 플레이어도 사용 빈도가 낮아서 식탁 아래 수납공간에 보관했다.
정리하면 할수록 조카네 집으로 보낼 책 박스 수량도 늘어간다. 나 도대체 얼마나 산 거야? 어휴, 아직도 교구며 교재며 정리할 게 머릿속에 한가득 그려진다. 그건 주간 목표 정해서 비워내기로 했다.
드디어 그려왔던 거실 풍경 완성
남편은 축구 운동 가고, 큰 아들은 수영 간 사이 완성된 우리 집 거실, 거실에 있던 묵직한 책장 2개가 비워졌더니 목소리가 울린다. 아직 소소한 살림살이들은 정리할게 남아있지만, 도저히 더는 못 하겠다. 손목도 어깨도 너무 아프다.
불과 어제의 우리 집 모습, ㅎ
이렇게 대거 비워내고 정리하면서 뭐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활 패턴에 익숙했던 날 발견했다.
뭘 그렇게 자꾸 사고 또 사고했던 걸까? 구입에 신중하지 못한 지난날의 나의 행동에 수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다.
다시는 살림살이 늘리지 않을래.... 엉엉엉.... 돈 들여서 스트레스를 산거 같다.
이제는 여유롭게 단순하게 살자.
거실만 봐도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고되고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후련하다. ㅠ_ㅠ
그래도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우리 조카들 읽을 책들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동생 목소리에 즐거움도 생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