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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Nov 09. 2017

워킹맘의 힐링

혼자만의 여유 있는 점심 시간

요 며칠 비가 국지성 호우처럼 쏟아졌다. 동남아에서나 접할 '스콜'현상이었다. 우산도 없이 등교한 숑숑군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퇴근 시간쯤에는 그쳤다. 오늘은 혼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전날에는 같이 식사하는 직원들에게 미리 점심 약속 있다고 알려두었다. 그건 바로 워킹맘의 힐링 타임을 위해서!

12시 땡 하자마자 떨어지는 비를 손으로 가리며 헐레벌떡 차로 달려가 운전대를 잡았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이 기분으로 느껴지는 주위를 사진으로 남기고자 추적추적 비 내리는 차 밖 풍경을 찍고 싶었다. 늘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자연 풍경 사진을 찍은 적이 언제인가 싶었다. 늘 아이들 사진, 블로그 포스팅용 사진을 찍었지 비 내리는 자연 현상 사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다음부터는 하늘도 보고 맑고 깨끗한 하늘도 많이 찍어야겠다. 


블로그 이웃님 서문원 강사님이 예전에 화장실에서 본 창밖 하늘에 대한 포스팅이 갑자기 떠오른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하늘을 볼 줄 아는 여유, 그런 여유를 오늘 우연히 나도 따라 하게 되었다. ^^


도서관에 내가 읽고 싶었던 두 권이 책이 입고된 걸 확인한 어제, 당장 도서관에 가고 싶었지만 도서관 카드가 집에 있어서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꼭 챙겨와 이렇게 점심시간에 도서관으로 향한다. 


정말 읽고 싶었던 이 두 책을 발견하다니! 너무 기뻤다. 


오늘은 여러 권의 책을 대출할 게 아니라 딱 2권의 책만 대출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점심을 김밥이 아니라 쫄면을 먹었는데 엄청 매웠다. 나중에는 이 매운 음식 뒤에 커피를 마셨더니 속이 따갑고 메스꺼움에 힘들었다.  전에 왔을 때와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쫄면을 선택했더니 시간도 오래 걸렸고 내 입맛에는 안 맞았다. 다음부터는 그냥 김밥 한 줄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왼손은 책을 잡으면서 눈으로 읽고 오른손은 젓가락을 움직이며 쫄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십 년을 넘게 아무개의 엄마로 살았다는 저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학교 엄마들과 옆 등에서 매일 같이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던 저자가 옆집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비교에 우울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단박에 엄마들 모임을 끊었다. 자신이 선택한 왕따 엄마의 삶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해 공부를 했고 지금은 잘 가나는 강연가에 유명한 교육컨설턴트가 되었다는 그녀의 삶이 이야기가 나온다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작년에 내 모습과 같은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다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공부하는 엄마의 이야기 글에서 반성하는 내가 아니라 내심 스스로에게 '김은영 너! 잘하고 있구나!'라고 확인 시켜주는 글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 내리고 흐린 날씨인 지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그 반가움에 점심 시간을 쪼개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대견해서 그냥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1인용 테이블이었기 망정이지 옆에 누가 있었으면 이상한 여자라고 욕했을지 모른다. 곧 점심시간이 끝날 거라 바쁘게 또 운전해서 회사로 복귀해야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힘들게 사는 내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서 눈물이 났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오늘 엄마가 공부하는 이유》를 읽었는데 긴장되고 자극이 되어서 좋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소신 있는 언니의 이야기처럼 귀에 쏙쏙 전해졌다. 


블로그 이웃님이 쓴 서평을 보고 내가 공감할 내용인 것 같아 희망 도서를 신청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이미 입고 진행 중이어서 희망 도서 신청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운좋게! 신간 입고된 이때 내가 잽싸게 찾아 내 품으로 안겨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뿅뿅군을 낳고 지금껏 해온 일과 전혀 다른 공부방을 했고 다시 내가 했던 이 전공으로 복귀하려고 했을 때, 나는 이곳에서 이미 '3년 경-단-녀'였다. 그때 느꼈던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주저함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이해해줄 것 같아 무척 기다렸던 책이었다. 



읽고 싶었던 두 책을 이렇게 품에 들고 나서는 길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미라클 모닝 시간에 열심히 필사하고 메모해서 완독해야겠다


평소였다면 평범한 시간 중에 한 시간이었을거다. 당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평소답게 점심도 먹을 시간이었겠지만 일을 하는 워킹맘이라 공적인 시간을 이렇게 특별한 사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나만 몰래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에 더 몰래 느끼는 행복이 되었다. 

업무 시간에도 틈틈이 나를 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어쩌면 워킹맘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 우대권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지금 일하는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된다.한 달에 한번이든, 일주일에 한번이든, 워킹맘의 힐링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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