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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May 31. 2019

눈이 부시게 예쁘다.

있는 그대로 소중한 나니까

20대의 나는 예뻤다.

얼굴이 예쁜 것보다 젊고 희망차고 당당했다.

30대 지금의 나는 조금 덜 예쁜 것 같다.

세상엔 이룰 수 없는 희망도 많다는 걸 깨지며 몸으로 부딪치며 좌절하며 배웠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를 함께 보내는 친구와 오랜만에 입이 터진 날이다.

수다가 한창일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 대화는 왜 과거 얘기가 더 많을까?
20대 때는 미래 얘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20대 때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비록 지금은 이렇지만 서른 넘으면 달라질 거야.

서른 넘으면 우리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남편도 있겠지.

서른 넘으면 난 퇴사하고 1년 동안 유럽 여행 다녀올 거야.

그때까진 더럽고 치사해도 회사 열심히 다니면서 적금 모아야지.

서른 넘으면 난 영어를 유창하게 잘할 거야. 지긋지긋한 토익! 만점 받아버린다 내가.

서른 넘으면 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있을 거야. 매일매일 쓰고 있으니까 꼭 이뤄질 거야.

서른 넘으면 난 아들을 낳을 거야. 아들이랑 연인 같은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이야.


30대 지금의 대화는 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입이 털리는" 시간이 좀 걸린다.

기억을 소환해야 되기 때문에.

기억을 소환하면 본격적으로 추억팔이가 시작된다.

전뭐시기 놈은 잘 지내려나? 애가 셋이라는데 뼈 빠지게 벌어야 되겠네.

전뭐시기 놈만 아니었어도 좋은 남자 만나 결혼했을 텐데 써글놈.

유럽 여행은 역시 젊을 때 다녀와야 했어. 서른 넘어도 빌어먹을 직장 땜에 못 갈 줄 누가 알았겠어.

요즘은 나날이 기억력이 나빠진단 말야. 머리 좋을 때 열심히 배워둘 걸.

내 아들은 아무래도 다음 생애에 만나나 보다. 남편도 다음 생애에 있나 보다.


20대 그때가 좋았지!


아마 40대가 되면 또 지금을 그리워하며 추억팔이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된다! 그만큼 20대 30대를 열심히 잘 버티며 살아왔다는 거니까.

지나고 나면 후회와 아쉬움이 더 많은 시간. 
그러니 지금!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김혜자 배우 대사처럼.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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