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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Sep 24. 2015

살찐 병아리 날다 -번외 편

날기 위한 제자리걸음

내겐 지켜야 할 약속과 내가 잠들기 전 가야 할 길이 있다.

<영화 '와일드' 대사 중>

영화 '와일드' 포스터

영화 '와일드'를 보셨나요? 주인공 여자가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생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사막을 횡단하며 길 위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간혹 인생의 바닥을 찍을 때가 있곤 합니다.

제가 처음 바닥으로 내려간 때는 친오빠의 죽음 이후였습니다.

삶을 포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에 참 나쁜 생각들도 많이 했었습니다.

마치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람 같았지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고 남의 남자 뺏기도 하고 하루 종일 창밖만 보며 울고 손목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바닥을 찍은 그때에.. 가장 어두웠던 그때에.. 나를 일으켜주는 손길이 찾아 왔습니다.

오빠를 너무 닮은 그 친구, 다시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해 준 그 친구가 제게 나타난 거지요.


인생 바닥은 그 뒤로도 가끔 예고도 없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지금도 어찌 보면 바닥이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영화 와일드처럼 저도 우울해지는 날이면 하루 2시간씩 공원을 걷고 또 걷습니다.

걷다 보면 지나온 나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던 모습, 서럽게 울던 모습, 밝게 웃는 모습, 설레는 사랑을 하던 모습 등.. 하루하루의 모습들이 필름처럼 스쳐갑니다.


걸으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내려왔을까.. 다시 올라갈 수는 있을까?'

또 다른 내가 대답합니다.

충분하다고! 넌 잘하고 있다고

인생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가장 어두웠던 그때에 가장 큰 희망을 얻었다고

하루하루 지금 행복하다면 미래도 행복할 거라고

아직은 새벽일뿐 곧 해가 뜰 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만 말자고 그러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혹여 지금 인생의 바닥에 내려가 계시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다시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내 자신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다시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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