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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May 12. 2016

벽화

고덕동 성당, 그곳에 가면.

< 벽 화 >

1

성당 옆 작은 유치원 놀이터,

그 벽에

그림을 하나 그려주세요.


그런 그림이면 좋겠어요.

어른 아이 모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언젠가 누구나 들여다보아도

아, 참 아름답구나.

마음을 다해 웃을 수 있는.


2

어느 무더운 여름

놀이터로 달려가던 한 아이가 넘어졌다.

쉬이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소리.


“이것 봐. 참 예쁘지 않니?”

다정하게 아이를 어리는 어머니는

색색 빛깔의 그림이 그려진 벽으로 아이를 이끈다.


햇살이 뻗어나간 자리의 끝,

자그마한 손으로 아이가 가리키던 것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


3

언제나 나에게 먼저 손을 뻗는

그분과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하나 그려주세요.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첫 본당에 부임한 젊은 신부.

갑자기 운명을 달리한 그의 나이
이제 겨우 30줄에 접어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한 분만을 섬기며,

더욱더 낮은 곳을 향하던

그의 작은 부탁은

이제 지상에 자리 잡은 그 벽,

글 귀 하나로 남았다.


4

‘나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안타까운 비보를 전해 들었던 몇 년 전. 신부님의 죽음을 기억하며 홀로 벽화를 완성한 언니의 이야기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신부님, 당신의 고귀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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