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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May 11. 2016

엄마

2016년 5월 8일 어버이날

< 엄 마 >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던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너무 늦은 걸까.'


하얗게 말라버린, 이제는 생기 잃은 입술.

눈물이 한없이 흐르고 지나간, 이제는 깊게 패인 주름.

꼿꼿함을 잃은, 이제는 구부러진 그.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줄지 않는 삶의 고됨이 가슴을 무섭게 조여와도

그는 먼저 가족에게 손을 뻗었다.


그래도 그때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성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애타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으나 돌아보지 않던

그 공허한 순간.


그는 갑자기

자기 등에 얹어진 그 무게에 눌려

엉엉 울었다.


그러나 곧 떠올렸다

발그레한 볼을 하고 웃으며

뛰어오던 나의 아이들

그 작은 손을 맞잡던 아름답고 젊은 그의 모습을.


'아직 늦지 않았다.'

품안의 가시에

자꾸 손을 뻗는 그.


그의 시간은

과거를 향해 흐르고 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한 중년 여인에게서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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