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4
J가 떠난 다음날, 본격적으로 H의 발리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전날 갔던 판다와 비치와 울루와투를 둘러보기 위해 호텔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상태가 구릴 것을 예상했지만 귀찮으니까…
뒤에 H를 태우고 시동을 켜자 ‘우먼 라이더~’하며 경비원 분이 웃으며 배웅을 해주신다.
상 여자라면 뒤에 남자 하나는 태워 줘야죠.
의기양양하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묵직한 무게에 조심히 중심을 잡으며 판다와로 출발했다.
어제 보았던 웅장한 절벽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다시금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며 눈여겨보았던 해변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백사장에 위치한 카페는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서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코코넛과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조용히 주문을 받던 키 큰 남자 종업원, 수줍은 미소를 짓더니 ‘저… 혹시 한국인이세요?’라며 말을 건넨다. 그동안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같은 짧은 한국어는 많이 들었었지만 이렇게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는 종업원 분과 반갑게 대화를 나눈 우리는 K-컬처 파급력에 감탄하며 판다와 해변을 감상한 뒤 울루와투로 이동했다.
판다와에 있는 5일 동안 3일을 울루와투로 향하는 것에 현타가 왔지만… 그만큼 울루와투는 우리 취향이니까요.
같은 코스로 한번 와 봤던 터라 어려움 없이 도로를 질주하며 눈여겨봐 둔 핫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J와 못 갔던 빠당 빠당 비치로 향했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토마스 비치보다는 정비가 잘 되어 있었는데 길게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니 절벽을 끼고 있는 작은 해변이 나타났다. 해변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비치 타월을 깔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이국적이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해변의 풍경을 둘러보고 절벽 아래 작은 틈에서 사람들과 옹기종기 앉아 햇빛을 피하며 보기와 달리 수질이 좋지 않는 바다에서 해수욕도 즐겨 본 뒤, 다음 목적지인 울루와투 비치로 이동했다.
이미 내가 답사를 해본 덕에 이번에는 물때를 잘 맞춰 술루반 비치까지 가볼 수 있었고 전에 갔던 카페도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평소에도 스케이트 보드와 서핑을 좋아하는 H는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며 높은 파도를 타는 서퍼들을 마음껏 구경했다.
다 내 덕이야.
울루와투 사원으로 이동하기 전 이른 저녁을 해결할 겸 이곳에서 유명한 싱글핀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해 질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음에도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었다. 운 좋게 하나 남은 테이블에 앉아 타코를 주문하고 넓게 펼쳐진 바다를 감상했다.
여유로운 오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 바로 앞, 바 자리에 앉은 여자분이 숨을 몰아 쉬더니 갑자기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호흡 곤란이 온 것 같았는데 사람이 많은 만큼 직업군도 다양했는지 의사로 추측되는 두 분이 다가와 응급 처치를 해주었다. 의사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식사를 마무리한 우리는 울루와투 사원으로 가기 위해 레스토랑을 나섰다.
6년 전 H와 께짝 댄스를 보러 왔었을 때는 사원을 제대로 보지 못해 이번에는 사원만 둘러볼 겸 방문한 참이었다. 공연장과 반대쪽,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며 해가 지는 울루와투의 바다와 웅장한 절벽을 감상했다. 6년 전을 포함하면 이 사원만 3번째 방문인데 이제야 사원의 모습을 모두 즐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시 무엇이든 여러 번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