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전히 철없이 산다.
그런 게 좋았어.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니가 예고도 없이 밀려들어와서 내 방을 가득 메우고,
발 하나 디딜 틈 없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모습이 바보 같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이 좋았어.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그 당연한 감정들이 삶의 한 부분이었는데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까 그러한 당연한 감정들이 잊힌 지 오래더라.
'신체는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나이를 먹지 말자' 그랬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었나 봐.
생각나는 이도 없고, 그리운 이도 없는
그렇다고 이 나이에 애틋한 사랑이나 사연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 애써 떠올리지 않으면 생각나지도 않을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에는 너무나 조심스러운 나이가 되어버린
마치 어려운 숙제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된 듯한
많은 것을 알지만 그 많은 것을 안다는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되어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뜬금없지만 주말에 일을 끝내놓고 이 시간에 사무실에 앉아서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무슨 의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시는 분 손! 그리고 저랑 별보러 안 갈랍니까?
- 경구옹의 글, 「뻔한 개수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