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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Aug 16. 2018

퇴사 후 2년, 나는 가끔 후회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초소형 회사가 나의 첫 직장이었다.

대학 4년, 휴학 1년 동안 돈만 보고 아르바이트를 해왔기에, 첫 직장만큼은 꿈을 좇고 싶었다.

세후 130을 조금 넘는 월급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며 늘 부족한 생활을 이어갔다.

2년 차가 되어도 월급은 오르지 않았고, 일은 더 많아졌지만 회사는 기울었다.

2년 2개월, 나는 겨우 모은 천만 원과 함께 퇴사를 했다.


퇴사하자마자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꿈같은 곳은 아니었다. 모국어가 아닌 그곳은 사실 꽤나 외로운 곳이었다.

그래서 돌아왔다. 

초소형 직장의 짧은 근무 기간이었지만 좁은 바닥이라 어렵지 않게 이직을 할 수 있었다.


미세하게 오른 월급에는 더욱 강한 업무 강도가 포함된 것이었다.

무너지던 이 바닥은 3년이 지나니 제법 알려진 경력직도 버텨내기 어려운 한 평 바닥으로 줄어있었다.

'5년, 아니 당장 2년 후에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고, 품어왔던 다른 꿈을 이루고자 독일로 떠나왔다.


8개월, 도서관이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언어를 공부했다.

멍청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날이 줄어가는 잔고를 애써 열어가며.

스스로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가장 높은 레벨 시험을 통과했다.

언어를 채 마치기 전, 운이 좋게 학교도 합격했다.


잔고는 0이 되었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쯤 조금 먼 곳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한 달 48.5시간, 최대 수입 450유로.

월세 250유로와 생활비 150유로, 학비를 위한 저축 50유로를 하고 나면 한 푼도 남지 않는.

한 달을 벌어, 한 달을 겨우 사는 삶을 시작했다.


한 푼, 한 푼에 민감한 삶이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작업에 투자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나아가기 어려우니, 뒤쳐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퇴사 후 2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갈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새벽 2시, 오갈 곳 없이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서성이며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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