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대의 HCI라는 연구 분야를 석사 졸업했어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에요. 더 쉽게 설명하면, 인간이 기계를 사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분야예요. 예를 들어, ‘AI비서는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시니어분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미드저니 UX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창작자들이 더 창의적으로 구상하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요. 개념이 처음이면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전체적인 설계를 연구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석사 생활 전반적으로 저한테 석사생활 힘들지 않냐고, 흔히 노예가 아니냐는 질문을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어요. 저는 사실 석사생활이 그렇게 기억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어느 부분이 힘들었는지 돌이켜보면, 저와의 싸움 같다는 느낌이 강했죠. 이유를 돌이켜보니 세 가지 정도였던 것 같아요.
1. 이공계 지식
알고 들어오기도 했지만, 솔직히 석사 수준의 개발과 통계 정말 어려웠어요. 누군가에게는 쉽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미대 출신이었던(미대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좀처럼 개발 속도가 나지 않았고 그게 데드라인이 중요한 학교에서는 압박으로 느껴졌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개발을 잘하고 똑똑하다고 하는 친구들과 경쟁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가끔은 저를 한없이 움츠려 들게 만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미 입학한 이상, 피할 수도 없고 포기해 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방법을 총동원했던 것 같아요.
주변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공대 석사 입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입학하기 전과 석사 과정에 있어서 기본 지식과 구조는 미리 공부하시기를 추천해요. 아무리 풍부한 상상력이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해도, 기본 토대에 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을 테니까요.
2. 영어 글쓰기와 읽기
제가 졸업한 학교는 국내 학교지만 입시 때 면접부터 영어 면접이었고, 대부분의 강의들도 영어강의였으며 해외학회에 논문 내는 게 당연했어요. 그래서 입학하자마자 영어 논문을 틈틈이 읽어야 했고, 과제들도 다 영어로 했어야 됐죠. 처음에는 '이럴 거면 그냥 영어 쓰는 미국으로 유학가지, 왜 한국 대학원을 온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저의 오만이었죠. 한국어로 배워도 어려운 개념들을 영어로 배워야 됐다고 하면 스트레스로 쓰러졌을 것 같거든요. (이 일을 해내신 분들을 존경합니다...)
아무리 Chat GPT의 번역 기능을 쓴다고 해도, 영어의 기본이 없으면 특유의 번역이 가지는 어색함을 교정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연구 자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연구를 쉽고 재미있게 쓰는 필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중요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부족했던 영어 실력을 채우는 데에도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아요.
3.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
이건 대학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분야에 적용될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이 연구 방향이 맞는 건지, 내가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체크하기가 어려웠어요. 휩쓸려 가듯이 연구를 해버리면, 저한테도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늘 주시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이어졌죠.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아끼고 좋아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나 불안한 부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요.
이럴 때, 막연한 불안감을 방치하지 말고 주변 선배들이나 지도교수님과 이야기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석사에서만큼은 연구를 '잘하고 있다'보다 '시도하고 있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어떤 일이든, 처음은 어렵고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면 즐기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진다고 믿어요. 이 글이 HCI 분야, 또는 저처럼 커리어를 미대에서 공대로 이동했던, 그리고 그 외 수많은 도전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라요. 고통 없는 보상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요.
이번 글은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음 글은 석사 연구가 좋았던 점들을 이야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