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 E Ohio, Chicago
당신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할까? 나는 타인의 평가에서 불행을 느껴왔다. 아마도 쉽사리 칭찬을 주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비뚤어진 반항감이, 보수적인 가풍에서 비롯된 심리적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의 무의식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늘 잘난 사람이어야만 하는 비뚤어진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시카고로의 이사는 만족스러웠다. 시카고 강 북쪽 리버노쓰 River North와 네이비피어 Navy Pier가 있는 스트리트빌 Streeterville 지역에 있는 여러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낡고 고풍스러운 아파트도 있었고, 새로 지어진 통유리로 된 아파트도 있었다. 결국 "The Streeter"라는 곳을 선택했는데, 학교 동기 커플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외로움을 타고 있던 새신부를 위해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았다.
"345 E Ohio, Chicago"
실평수로 약 23평 정도되는 아파트였다. 둘이 살기에는 충분히 넓었다. 허리와 목이 아픈 우리 커플은 백화점에서 꽤 괜찮은 침대를 주문하고, 이케아에서 사온 저렴한 가구들로 나머지를 채웠다. 24층 아파트 거실의 통유리로 시카고 도심의 야경이 보였다. 밤에는 반짝이는 야경이 텅 빈 마음을 달래주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자 한국에 잠시 들렀다 돌아왔다. 이사 첫 날, 주문한 침대가 도착했다.
처음에는 문자였다. 전화와 이메일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 체이스 은행에서 온 것이었다. 오버드래프트(Overdraft, 당좌대월)가 신청되지 않은 은행계좌에서 잔고보다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계좌를 당장 채워야했다. 침대가 배달일에 결제되었던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그 날 신용불량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며 암담해졌다.
와이프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가족들이 주셨던 돈 안 쓰고 모아놓은 거야."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타국에서,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하려던 차에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히니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시카고 생활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