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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단상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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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Apr 07. 2024

몽십야

제7야

"...나는 점점 재미없어졌다. 마침내 죽을 결심을 했다. 그래서 어느날 밤, 주위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내 다리가 갑판을 떠나, 배와의 인연이 끝나려는 순간, 갑자기 내 목숨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런 시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나는 이제 좋든 싫든 바다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배의 높이가 매우 높았으므로 몸을 던졌지만 발은 쉽게 물에 닿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붙잡을 것이 없어서 점점 물 가까이 떨어져갈 뿐이다. 아무리 발을 오므려도 물에 다가설 뿐이었다. 물빛은 검었다..."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 제7야 중에서...>


그런 꿈을 꾸었다. 나는 산속을 달리고 있었다. 어둠은 내려와 앞은 잘 보이지 않았고, 나무는 빽빽해 피해 달리기 어려웠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 기숙사 옆 가파른 숲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갑자기 총 한 자루를 마주쳤다. 내가 그 총을 발견했을 때, 이미 그 총은 내 이마를 쏘았다. 그렇게 나는 죽었다. 


잠에서 깨었을 땐,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내 일부분이 죽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는 지 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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