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vate Market vs Public Markets
2017년 즈음 중반 우연히 친해진 분과 그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금리 시대에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의 결론은, 투자기간이 긴 코어 부동산에 대한 공매도(shortsale)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시장은 오랜 기간 초저금리에 머물러왔다. 언젠가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가 올라간다면 캡레이트(Capitalization Rate, Cap Rate, 부동산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부동산의 가격으로 나눈 값. 올라갈수록 부동산 가격은 떨어진다.)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진다. 지금은 코어부동산을 공매도할 때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동산을 어떻게 매도할 수 있는가?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대여해서 매각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공매도는 공모시장(Public Markets, 주식시장과 같은 공개된 시장)에서 가능하지만, 사모시장(Private Markets)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코어 부동산을 지닌 누군가에게 사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즉각 매각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연기금들이 미국 부동산에 대한 자산배분을 높이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외의 글로벌 연기금들의 자금으로 코어 부동산의 소수지분에 투자하는 자문사를 만들기로 했다. 그것이 내 첫 창업 시도였다.
헤지펀드인 해리스 어소시에잇 Harris Associate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2023년 9월 현재 950억 달러, 한화로 123조 원을 운용하는 상장 주식 하우스인 해리스 어소시에잇은 거대한 규모와 달리 40여 개의 주식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투자기간이 최소 3년이다. 애널리스트들은 1년에 한두 개의 아이디어만 내면 충분하다. 그들은 블룸버그 터미널을 매일 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KCGI 덕분에 행동주의가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미국의 유명 행동주의 펀드인 밸류액트 캐피탈(ValueAct Capital)의 Jeff Ubben은 한동안 나의 우상이었다. 2000년에 설립된 밸류액트는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경영참여로 회사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펀드로,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경영진과의 협조적인 관계 속에서 높은 성과를 올려왔다.
해리스 어소시에잇과 밸류액트의 투자가 프라이빗 에쿼티 Private Equity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인가? 물론, 사모시장에서 기업을 사는 일은, 유동성이 없는 만큼, 더 어렵고 여러가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 두 회사가 투자대상을 바라볼 때, PE업체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왜 늘 주식과 PE를 구분하여 생각해야만 하는가?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는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상장 부동산 주식을 완전히 통합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APG의 성공을 벤치마크하여, 2012년 러셀 Russell의 멀티매니저 Multi-Manager (여러 펀드를 조합하여 만드는 펀드 오브 펀드 전략) 팀과 글로벌 리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연기금들은 내외부의 복잡한 정치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투자도 회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적어도, 운용 스타일이 현재의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운용사 교체가 불가능하다. 멀티매니저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운용사의 자유로운 조합을 통해 최적의 스타일을 찾거나, 스타일을 지운다.
나에겐 비상장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있었다. 분기별로 진행된 포트폴리오 전략 미팅은 내게 상장 자산과 비상장자산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나는 이를 이용해 자산배분 상의 이익을 보았다. 상장리츠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대부분 유사한 선호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많은 매니저들이 NAV("Net Asset Value")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는 이유로 홍콩 시장을 좋아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NAV 대비 저평가가 지난 20여 년 간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터였다.
나와 내 팀이 지향하고 있는 바는 Private Market 분야에서 자유롭게 투자하는 헤지펀드이다. 우리는 상장주식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기간을 두고 투자한다면, 상장과 비상장에 대한 투자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의 상장주식 투자는 비상장 투자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상세히 정보를 정리하고, Pro Forma를 통해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상대방과 혹은 경영진과 협상을 한다. 가격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가치를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