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t 투자의 전략적 포지셔닝
흔히들 PE투자의 꽃은 바이아웃이라고 한다. 유사하게, 부동산 투자자들은 개발을 최고의 투자처로 꼽는다. 바이아웃이나 부동산개발이나 가장 복합적이고 유연한 Equity 투자의 영역이다. 정말로 Equity가 우리가 가진 최고의 투자처인가? 통상적인 바이아웃이나 부동산 개발은 위험도가 높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수익률이 아닌 위험조정수익률(Risk-adjusted Return)이다. 위험을 조정할 수 있다면, 바이아웃이나 부동산개발이 꼭 최고의 투자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시카고에 머물며 아시아 기관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계속해서 출장을 다니던 2010년대 중반, 후순위 크레딧이 최고의 투자처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 시기의 후순위 대출은, 감히 단언컨데, 기관투자자들이 접근가능한 사모시장 섹터 중 최고 수준의 위험조정수익률을 보여주었다. 인수금융과 부동산 대출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부동산 대출 쪽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부동산 대출을 위주로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LTV (Loan-to-Value, 투자대상의 가치 대비 대출의 비율)가 75%인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가정해 보자. 단일 대출 (인수금융에서는 Unitranche, 부동산 대출에서는 Whole Loan이라고 부른다.) 금리는 약 4.5%였다. 이 대출을 두 개의 포지션으로 쪼개어 LTV 55%까지의 선순위 대출과 LTV 75%까지의 후순위 대출로 나눈다고 해 보자. 후순위 대출이 감내하는 최고수준의 위험은 Whole Loan과 다를 바 없이 LTV 75% 이지만, 후순위 대출의 수익률은 10%가 넘었다. 어떻게 수익률에서 이 정도의 차이가 가능했을까?
답은 시장의 다이내믹스에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은행("Fed")과 FDIC는 은행들의 위험관리에 집중해 왔다. LTV 55% 혹은 60%는 암묵적인 기준이었다. A라는 은행이 처음 이 기준을 어겼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두 번째로 이 기준을 넘는 대출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Fed에 그 사유를 보고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선순위 대출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금융위기 후 인수합병으로 은행들의 수는 줄었지만, 그들이 가진 자금의 총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금들이 선순위에서 경쟁하게 되었고, 선순위 대출의 금리가 하락했다.
LTV 55%에 해당하는 선순위 대출의 금리를 2.0%라 했을 때, LTV 75%에 해당하는 총대출의 금리가 4.5%이므로, LTV 55-75% 구간의 후순위 대출금리는 무려 11.4%에 이른다! LTV 75%에 이르는 Whole Loan의 대출수수료는 약 1.0%에 이르렀음에 반해, 선순위 대출 수수료는 50 bps 전후 수준이었다. 후순위 대주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대출금액 대비 2.4%에 이른다. 합계로만 13.8%인데, 수수료는 대출 초기에 발생을 하니 현그흐름의 시간가치를 반영한 IRR은 이보다 높았다. 후순위 대출 펀드는 은행들이 빠진 고위험 구간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Debt 투자는 스폰서라 불리는 Equity투자의 전략 또한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대출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과 단기 변동금리 대출로 나뉘는데, 통상적으로 추가적인 대수선이 없고 안정적인 임차인을 갖춘 자산에 대해 고정금리 대출을, 스폰서가 가치부가(Value-added) 전략 등에 따라 자산에 변화를 꾀할 때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한다. 자산 본연읜 상태와 스폰서의 전략에 따라 대출금리를 결정해야 하고, 만기 또한 스폰서의 전략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따라 2년 만기에 1년 연장 옵션 혹은 1년 만기에 두 개의 1년 연장 옵션 등으로 구조화될 수 있다. 여기에는 별도의 연장수수료가 따라온다. 이러한 구조화를 위해 스폰서와 스폰서의 투자 전략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적인 전략은 물류산업에서의 Add-on(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투자전략)이다. 다만, 우리의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라온다. 적절한 투자대상을 찾고, 매도인을 설득하여 가격을 협상하며, 실제로는 무한의 노력이 필요한, 합병 후 효율화를 진행해야 한다. 나는 사모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구조화된 크레딧이라고 믿는다. 스폰서의 역량과 전략에 대한 이해와 함께,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흐름에 대한 탁월한 이해가 있다면, 상당부분의 위험을 헤지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그 어떤 투자가 시장의 꽃이란 말인가? 경험과 혜안을 갖춘 투자자라면 결코 본인의 투자가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