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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단상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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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Apr 28. 2024

휴식

시간의 밀도

요즘 그다지 바쁘지 않다. 다행히도 좋은 후배가 회사에 들어와 내가 할 일 중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다. 이전과 비교해 분명히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바쁘다. 늘어난 그 시간 동안 긴장을 놓거나 휴식을 취하면 안될 것만 같다. 무엇인가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제대로 쉬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일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나와 시간의 일체감이다." (울리히 슈나벨, 휴식)


이전에 투자사를 창업했던 한 선배가 입맛도 없고, 거의 모든 즐거움도 잃고, 회사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늦은 시간 뉴욕 다운타운의 한 커피숍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그분이 과연 행복한가 고민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그의 성공을 핑계로 나는 그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사람이기에 괜찮다고, 편견에 가득찬 결론으로 쉽게 생각을 마무리했다.


"Distracted from Distraction by Distraction" (T.S.Eliot, Four Quartets)


효율적인 일과 효율적인 휴식의 방법은 같다. 시간을 밀도 있게 쓰는 것이다. 화장실에 책 대신 핸드폰을 들고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아이폰은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고, 종종 잠을 못들게 하거나 잠에서 깨우며, 심지어는 계단에서조차 똑바로 걸을 수 없도록 방해한다. 핸드폰이 주는 새로운 자극이란, 그다지 달콤하지는 않지만, 중독성이 심하다. 내 탓이 아니라 애플의 탓이라고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나 스스로도 그다지 잘 실행에 옮기고 있지 못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시간을 밀도 있게 쓰는 것이다.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것과 동일하다.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방해는 거부하지 못하는 산만함에서 온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그득하지만, 막상 누우면 핸드폰을 본다. 바로 지금, 핸드폰을 서재에 두고 안방의 침대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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