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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May 05. 2024

감동이 줄어든 세상

세상의 가을

"세계가 지금보다 5세기 가량 더 젊었을 때, 삶에 일어난 많은 일들은 지금과 현저히 다른 모습과 윤곽을 띠고 있었다. 불행에서 행복까지의 거리도 훨씬 멀게 여겨졌고, 모든 경험은 기쁨과 고통이 어린 아이의 정신 속에서 갖는 것 같은 그런 즉각적이고 절대적인 강도를 띠었다..." <요한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


세상이 지금보다 30년 쯤 어렸던 20세기, 우리는 여전히 인류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폰 화면에 비춰진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을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20세기의 세상은 이미 우리를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핸드폰과 이메일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놓고 하루의 쉼을 만들었다. 요즘 들어 나는 핸드폰을 끈 채로 하루를 보낸 적이 없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살지만, 훨씬 덜 경험하고 산다.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비춰진 세상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세상이려니 하지만, 실제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21세기가 중세와 공유하는 모습 중 하나는 불행에서 행복까지의 거리가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행은 직접 겪고 있지만, 행복이 어떤 모습인지는 겪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비춰진 모습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기쁨과 고통이 줄어든 세상. 가볍고 짧은 자극이 넘쳐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이 없는, 기쁨과 눈물이 줄어든 시기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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