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ourcing과 그 이후
당신은 틀렸다. 그저 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운용사(General Partner, "GP")가 좋은 투자 건을 그냥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좋은 투자 건"이라는 표현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관(Limited Partner, "LP") 내부적으로, 그것이 관료적인 의미에서든 정치적인 의미에서든, 향후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다른 투자 건들과 잘 어울리는,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투자 건이기도 해야 한다.
투자위원회에서, 특히 해외투자 건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는 "이렇게 좋은 투자 기회가 왜 우리에게까지 온 것인가?"이다. 기관투자자라면 당당하게 운용사가 우리를 믿고 좋은 투자 건을 소개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십여년이 넘게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온 상당수의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그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은 쉽게 그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 아직도 우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내외부적인 정치관계에 흔들린다.
GP와의 관계는 간접투자를 하는 LP의 입장에서 투자기회 조달의 핵심이다. 능력 있는 GP들과의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시장현황과 파이프라인에 있어 타 투자자들 대비 빠른 정보 습득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늘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는, 내부 프로세스를 사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영어가 불편하다면, 혹은 우리의 투자예산이 그들을 끌어들일 만큼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속적으로 해외투자를 진행하는 능력 있는 국내 운용사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외에 GP 운용역들과의 주기적인 만남을 통한 개인적인 관계는, 정보 외에도 해당 GP가 우리를 위해 예외적인 배려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내부 프로세스는, 때로는 투자 담당자들을 정치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투자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우리가 모자란 면은 인정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어느 누가 우리에게 그런 배려를 해줄 것인가?
감사기관들은 개인적인 관계가 부적절한 금전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쉽게 의심한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하도록 두자. 사모시장(Private Markets)의 모든 것들은 관계에서 나온다. 우리의 역할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관계를 쌓고 이용하는 것이다. 각 GP들과 운용역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그 중 능력 있는 이들과의 차갑지 않은 관계가 필요하다. 운용사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관계를 쌓는 방법은 보다 통찰과 경험에 근거한다.
국민연금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를 하던 시절, 강영구 팀장(현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이사)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글로벌 투자의 역사가 짧은 우리는, 경험도 시스템도 부족하다. 우리가 다른 글로벌 LP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닌 것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GP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 뿐이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곤란에 처했던 운용사를 도와주었고, 원하는 프로젝트를 가져다 주는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했으며, 새로운 팀과 전략에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몇몇 운용사들과의 "특별한" 관계가 구축되었다. 국민연금이 빠르게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최고의 기관투자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그 특별한 관계였다.
그렇게 투자기회가 조달되면 투자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GP와 LP가 각각 해야하는 업무의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설정한다. LP는 LP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SMA(Seperately Managed Account, 다수의 투자자가 아닌 하나의 투자자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간혹 LP 내부 혹은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문기사나 정치인의 지적 같은 외부 영향에서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것도 LP의 역할이다. LP는, 또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글로벌 리츠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재간접펀드(Fund of Funds)로서 하위운용사의 선택과 개별 주식 선택에는 GP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주었지만, 국가별 배분은 반드시 국민연금 팀과의 논의를 거치도록 했다. 대부분 사모부동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LP운용역들은 주식운용역 대비 글로벌 경제와 각 시장참여자 간의 동학에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국가 간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LP운용역의 통찰력이 도움이 된다.
기존에 논의되었던 적절한 보수 설정과 포트폴리오 사후관리는 GP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또다른 요소이다. 수수료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때는, 대부분 매입보수를 중심으로 조정했다. 낮은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는 운용사의 인센티브 구조는 물론 중장기적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