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11. 사투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무언가 함께 나눌만한 사람이 없는 사람은, 자신과 대화하시오. 그러면 조금 더 살아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갈 수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바라는 그것이 되어. 조금씩 나아가봅시다. 지금 바로 행복해집시다

『새벽과 음악』, 이제니


소설이나 시가 아닌, 작가들이 조금은 힘을 뺀 산문을 읽다보면 덜컥 막히는 구간이 나온다. 그들 역시 글 앞에서 정지당하고, 스스로 검열당하는구나. 한 줄을 쓰기 위햐서 수 없는 고민을 하는구나 느껴진다. 이제니 시인은 글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 하는 모든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그 역시 칠흑같이 어두운 인고의 시간을 거쳤으리라.

몇일 전부터 단편이라고 해야하나, 소설 작문에 돌입했다. 내 삶에서 처음 이야기를 그려내본다. 허술하고, 엉성하다. 쓰면서 다시 지우고 겨우 쓰고 나서도 지아온 구간을 몇번이나 읽어본다. 애초에 방법을 모르니까 똥밭에서 열심히 구른다. 헤멘 만큼 내 땅이라고, 최선을 다해서 헤메인다.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믿는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어떤 주제 의식을 담아야 하는지 얼마나 고민한줄 모른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종이에 서툴게 옮긴다. 쓰면서 나 자신과의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음속에서 여러 갈등을 하고, 그것을 봉합한다. 어떻게든 엮어 보려는 것, 사투다. 몸으로 하는 일보다 더 고되고 진이 빠진다. 힘들지만 내 작품을 만드는 이 순간 나도 작가고, 연출가고, 감독이다. 써 나갈수록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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