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13. 어두운 마음, 밝은 마음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 돼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것에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보기를 좋아하고, 쉽게 손에 잡히지 않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스타일로, 새로운 자극이 없고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발을 빼 버린다. 일을 할 때도, 스스로 무언가를 밀고 나갈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어김없이 부딪치는 순간을 마주하면 열에 아홉은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완결이 나지 않은 일련의 것들은 내 주변을 부유했고,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와도 시야를 가리면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자주 뒤돌아보고 미련을 가지는 습관은 여기서 기인한 것이리라.

바이크에서 엔진을 윤활시켜주는 오일을 빼는 작업을 ‘오일 드레인’이라 한다. 8월부터 매일 아침 눈뜨마자마 빈 노트에 3장 분량의 글을 써내는 ‘모닝페이지’를 계속하고 있다. 정해진 주제 없이, 그저 머릿속에 떠도는 것들을 손으로 옮기면 된다. 잡생각을 모두 ‘드레인’ 하면서도 이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생각하다, 막상 다 쓰고 나면 무언가 정리된 것 같고 후련한 기분이 든다. 깨끗하게 머리를 비우는, 제한 없이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가는 행위는 맑은 정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장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만취하며 살았던 전과 달리 지금은 노력 없는 자극을 삶에서 멀리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경계한다. SNS를 하지 않고, 의미 없는 유튜브 영상은 바로 꺼 버린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는 의외로 쉽게 끊어냈다. 게임도 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과 안녕하는 것이 목표. 동시에 누군가를 쉽게 평가하려는 마음, 대충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 계획 없이 기분대로 행동하려는 마음가짐도 함께 다듬는다. 의식적으로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려 할 때면 아득히 수련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위와 같이 ‘어두운 마음’을 몰아내고서 그 자리를 메우는 것들은 오랜 기간 시간과 공을 들이고, 켜켜이 쌓아갈 수 있는 ‘밝은 마음’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길어와야 하는 글쓰기. 외연을 넓혀주고 세계관을 확장하고 영감과 감동을 주는 독서, 꾸준히 연습해야 조금씩 실력이 느는 운동, 그 외에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반이 될 수 있는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투입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시도하고 해보는 것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계속, 그리고 많이 실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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