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어떤 글이 우리를 멈춰 세울 때, 문장은 자신의 전후 맥락으로부터 분리되어 하나의 단상으로 성립된다.
단의 칼날이 문장을 주변의 상황으로부터 도려내고, 거기에 새로운 리얼리티가 생성된다.
『은둔기계』, 김홍중
작년부터 새롭게 정립한 아젠다는 ‘아웃풋’이다. 그간 흡수하는 행위라 할까. 글을 읽고 영감을 받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을 쉴 새 없이 수집했다. 언제 어디선가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소설, 에세이, 시 등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칼럼과 인터뷰까지 활자로 구성된 것에 안테나를 세워 섭렵하고서. 정해진 형태가 아니더라도 모든 글은 내 머리를 때릴 수 있다 생각하고. 방송에서 나오는 자막들, 영화의 대사도 포괄적으로는 글의 범주에 넣는다. 발화도 입에서 나오는 말의 연장이라 볼 수 있으니까.
전에 흡수하는 비율이 열에 아홉이었다면 이제는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보는 시도를 점차 늘리는 중이다. 5:5 정도의 비율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속에 저장해 놓은 것들을 가지고 잘 숙성시켜 다시금 어떤 형태로 내어놓는 것. 그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고서. 에세이의 문장을 가지고서 소설을 쓰기도 하고, 소설의 문장을 가지고 에세이를 쓰기도 한다. 오감을 가지고 저장한 정보로 짧더라도 어떠한 장르를 넘어 써내는 연습은 내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단. 그 연습의 연장선이 작품이 될 것이고. 쓰려면 한계 없이,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야 하지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니 단편적이고 제한적이다. 신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하는데 뻔한 이야기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단어를 가지고 뛰어놀고 문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서서히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