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51. 건축에 대한 단상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빈 땅에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과 움직임의 규칙을 관찰하다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유현준 건축가 인터뷰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칼럼


한때 막연하게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건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건축가의 작품과 생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생겼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이어져 건축 전시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 국내 건축가, 세계적인 건축가의 자료와 책들로 사유가 현실이 되는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가장 좋아하는 전시 공간이다. 내부 전시 공간뿐 아니라 외부로 확장하면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건축물로써 좋은 공부가 된다. 자연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청계산 자락에 안락하게 안겨 있는 듯한 모습에서 설계한 이의 함의를 느낄 수 있다. 숲을 보듯 넓게 미술관을 조망하고서 나무를 보듯 내부로 들어가 공간을 탐닉하면 더 좋을 듯하다.


과천관에서 열리는 특별 건축전은 특히 사진, 영상 자료가 방대하다. 무수한 레이어로 겹쳐진 아카이브는 내게 또 하나의 별천지로 다가온다. 건축가의 의도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발동하며 온전하게 전시에 집중한다. 깊이 있게 감상해야 함에, 느긋한 점심 때 햇살을 받고 들어가 폐관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다 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틀에 걸쳐 본 전시도 있다.


건축은 그만큼 짓고자 하는 이와, 지어지는 것에 대한 이해, 공간의 쓰임까지 포개지고 맞닿아야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어떤 공간에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는 의외로 단순한 작업인데 그 과정에서 주는 사유와 영감,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주관과 철학, 설계도와 청사진을 가지고 펼치는 설명과 설득. 그 일련의 과정이 특히 매력적이라 건축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한다.


무주에 정기용이 지은 건축, 제주에 안도 다다오가 만든 건축을 직접 찾아가서 보았었다. 누군가의 필터로 한 번 걸러진 건축 사진과 달리, 건축을 목도했을 때는 오감을 열리게 만드는 콘텐츠의 힘을 느꼈다. 직접 본다는, 느낀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한번 생각한다. 뻔하고 비슷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아니라, 감동과 영감을 주는 건축을 직접 찾아다녀야 함을 깨닫는다.


이르게 수학을 포기하면서, 철저히 문과의 길을 걸어가면서 건축가의 꿈을 내려놓았지만 건축이 주는 철학과 생각하게 하는 사유를 객의 입장에서 즐겨보려 한다. 매번 새롭고 또 공부가 되는 분야가 건축인 듯하다. 아름다운 것을 체득하고 느껴야 세상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아름다움을 나만의 방식으로 확장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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