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꿈이라는 건 필요에 따라 빌리고 빌려줄 수 있는 거야, 분명히”
<예스터데이>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꾸준히 맞이하다 보면 반복의 힘을 알게 된다. 동시에 잔잔한 파도 같은 무료함도 덤으로 함께 찾아온다. 강한 자극을 따르던 내가 슴슴한 인간이 되다니 ‘삶이란 뭘까’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채워지던 자극이 제 위치를 잃어가자 내 꿈속에서 발현되기 시작했다.
한 두 번 흥미로운 꿈을 꾼 뒤로 잠들기 전 재미있는 꿈을 꾸기를 은근 기대한다. 그 생각 뒤로 신기하게 꿈을 꾸는 빈도가 늘었고, 빈도만 늘어난 게 아니라 복잡하고 깊은 꿈들이 종종 찾아왔다. 인물이 뒤죽박죽 섞이고, 장소가 순식간에 바뀐다.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 엉성하고 부자연스럽다. 꿈속에서 ‘이게 꿈이구나’ 알아챈다. 실망하며 잠에서 깬다. 다들 비슷한 과정을 겪는지 궁금하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에도 쉽게 잊히는 꿈이 있고, 잔잔한 서사였음에도 깊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대체로 오래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꿈이 흥미롭거나 재밌다면 기억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더듬어 올라가며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남은 것들로 노트에 단상을 적어놓는다. 꿈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또 하나의 세상, 세계로 받아들인다. 무한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영감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장면을 꿈에서 본 것 같은데’ 종종 말하면서 놀라는 순간이 있다. 어떤 장소를 전에 와 본 것 같은, 장면을 본 적 있는 것 같은 느낌. 전혀 낯설지 않은 광경이나 장면이 순간 뇌리를 스친다. 우리가 데자뷔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기억의 착각이나 세포의 혼란에서 오는 오류에서 기인한다. 기준이 모호한 좋은 꿈을 꾸었을 때는 깨자마자 이 꿈이 현실에서 다시 나타나게 해달라고 빈다. 나쁜 꿈은 빨리 잊어버리려 애쓴다. 착각이나 오류라 해도 좋은 일은 항상 반가우니까 이렇게라도 길운을 빌어보는 것이다.
꺼림칙한 꿈이나 상해를 입는 꿈은 해몽을 찾아보면 대체로 미신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가를 조심하라’‘사고를 대비해라’ 하는…. 운신의 경고를 하기도 하고. 꿈 해몽은 꿈과 반대라는 말도 있으니 어떤 말을 들어야 할지 분간하기 어렵다. 임산부의 가족이나 친척 되는 사람이 대신 태몽을 꾸면 꿈을 사는 경우가 있듯, 가끔은 좋은 꿈을 빌리거나 살 수 있으면 어떨까. 새롭고 신박한 꿈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