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청소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야 합니다. 비워내면 알맹이만 남고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청소 후 문을 열면 정원으로 새가 날아오겠지요. 자연스럽게 자비심이 싹틉니다. 그러니 일단 청소하듯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내보내세요.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분노, 수치심···깨끗한 공간에는 청아한 마음이 깃듭니다. 현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잭 콘필드 인터뷰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칼럼
지난 겨울 옷장을 열어 옷을 정리했다. 붙박이 장에 있는 옷이 전부라 양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걸어둔 옷 뒤로 개켜둔 옷들이 숨어있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내게 이런 옷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10년이 훌쩍 넘은 옷들을 다시 마주했다. 잠깐의 조우가 아쉬울 정도로 미련 없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최근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은 생각할 겨를 없이 정리했다. 가장 큰 봉투 2개를 꽉 채우고서야 정리를 마쳤다. 미련 없이 비우니 옷장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넓어진 듯했다.
시간을 갈아 넣어 일하고, 받은 비용을 소비에 털어 넣는 것으로 만족감이 채워지던 때가 있었다. 소유의 즐거움은 시간이 갈수록 유효기간이 짧아졌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던 마음의 힘을 빼고, 내면의 것의 힘을 키우자고 생각했다. 어떤 이의 겉을 보고 판단하는 오만도 함께 줄어들었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평온과 편안이 조용하게 찾아왔다.
주어진 삶을 소화하는 방법이 바뀌었다. 일정한 루틴을 지키면서 불필요한 연락, 약속, 관계가 줄어들자 삶 자체가 간결해졌다. 간결하고 가벼우니 담백해졌다.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요리를 해 식사를 챙기고 몸을 움직이며 운동한다. 오늘 해야 할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머릿속의 잡생각을 비운다.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는 삶은 스스로를 잘 조율하고 있다는 미묘한 만족감을 준다.
힘들고 귀찮을 때 어김없이 잡고 있던 것을 놓았었다. 지금은 다르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기웃대던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점검한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그럼에도 한다. 하지 않아야 할 핑계가 많지만 해야 할 이유에 힘을 실는다. 별 다른 이유 없이 그저 묵묵하게 루틴을 지킨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한다. 삶에 대한 태도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도 능력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머릿속을 비우니 이제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고민하던 질문들이 조금은 선명하고 뚜렷해진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내야 그만큼 채울 수 있다는 말을 몸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