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60. 내 안의 것들을 찾는 과정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빛처럼 붙들고 갈 존재가 있고 그것이 원래부터 내 안에 있다

『커피와 담배』, 정은


광고회사 다니던 때의 이야기다. 기획자로 첫발을 들인 회사는 작은 광고 대행사였다. 대표와 선임이 주도하는 일에 조그만 부분을 도우며 배우고 차차 성장해 나갔다. 합리적인 논리로 광고주를 설득하고, 설득한 방향에 맞는 아이디어로 실행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내는 것이 기획자의 주요 업무. 설득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아이디어를 녹여내 제안하는 일은 시간을 통째로 갈아 넣는 일이었다. 그때만큼 내 모래시계가 빨리 내려간 적은 없을 것이다.


종일 여러 광고주와 소통한 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그때부터 생각을 펼치는 또 다른 시간의 세계가 열렸다. 촌각을 다투는 만큼 몸은 힘들었어도 응당한 성취감과 보람이 있었다. 때로는 그 성취감이 피로한 몸과 마음을 씻기고도 남을 정도의 효과가 있기도 했다. 연차에 비해 다양한 광고주를 담당하고 그들보다 더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며 업을 즐기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리듬이 계속될 줄 알았다.


일이 주는 즐거움이 사그라들 무렵.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의 파도에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사무실에서 끼니를 채우고 1년 중 360일 야근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발을 계속 움직여야 함에도 온몸의 힘이 다 빠져버린 상태에 이르렀다. 숨 쉴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렇게 거듭 파도를 넘다 다시 떠오르지 못했다. 주어진 일을 겨우 처리하며 버텼지만 2년이 채 되지 못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쉬는 날까지 좀처럼 일 생각에 벗어나지 못하고 잠식당할 때 심각성을 인지했다.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내 안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고, 존재감이 옅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소멸할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찾아왔다. 불합리한 지시와 어쩔 수 없는 광고업 환경에 이골은 날대로 난 상황. 왜 이렇게 버티면서까지 일 해야 하는지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인내심이 폭발할 때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희생하며 얻고 싶은 것은 그곳에는 없었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얻어서는 안 되었다.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지금을 힘들게 통과하는 행위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이 일이 아니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호기로움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했다. 확실한 것을 찾았다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여전히 내 안의 것들을 발굴해내려 한다. 그 분투하는 과정에서 작더라도 작은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건강한 방식이 선행하기 때문에. 오롯이 내 것을 밀고 나간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삶이 다할 때까지 내 안의 것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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