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62. 삶이란 영향을 주고 받는 것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그러나 너무 우수하면 내가 쓸쓸해진다. 천박한 마음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훌륭한 것 앞에 서면 한시도 버티지 못하고 감탄사만 내뱉으며 깊이 감동한다. 거의 무조건 곧바로 감동한다. 민감하다고 할 수 있고, 근사한 것에 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자신의 꼴사나움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점점 시들해져서 자신은 이런 근사한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 여기며 인연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감동했다는 말은 사실 그 시점에서 끈끈한 인연이 생겼다는 뜻인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반대로 인연이 끊어졌다고 착각해 결국 몸을 사림으로써 근사한 것과의 인연을 거부한다.

『나무』, 고다 아야


2022년의 일이다. 해가 바뀌는 1월 1일, 새해를 보러 남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웅덩이가 얼어 있었다. 그 위엔 소복하게 눈이 쌓여 있었다. 한 해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그 위에 손으로 써 내려갔다. ‘인생의 명장면을 기다리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 만들어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쓴 듯하다. 이병률 작가의 글에서 받은 영감인데 우연도 운명도 손수 만들 수 있다는, 인과연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삶을 대할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그 구절을 읽을 때 내 동공이 커짐을 느꼈다. 얼음 위에 손수 글을 쓸 그때는 몰랐다. 인생의 막을 구분한다고 가정하면 그 해, 새로운 막이 열렸다고 평할 수 있을 듯하다. 삶의 궤도가 수정되었다고 느낀다.


타인에게 그리 관심이 없고,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나라고 생각했다. 종종 그러함을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사람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관계 맺음에서 얻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꺼리는 것은 타인에게서 받는 부정적 영향들이었다. 타인의 영향을 간과하지 않고, 구분할 줄 아는 가벼운 규칙을 설정했다. 영향받기를 꺼리지 말고 이왕이면 좋고 선한 영향을 받는 것을 우선으로.


멀리해야 할 것은 좋지 않은 것, 추한 것, 본받을 게 없는 것들이다. 눈앞에 그런 사물과 사람이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경우 애써 그 장면을 외면한다. 보고 싶지 않은, 듣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아주 사소한 것들로 잘 유지해 온 내 기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자 함이다.

반면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것은 아름다운 것, 선의의 말과 행동, 본받을만한 태도다. 무해한 것들에서 영향을 받고 나 역시 좋은 영향을 주는 이가 되고자 한다. 정진해야 할 부분이다.


내 마음은 열림과 닫힘을 자주 반복한다. 누군가 보면 변덕이 아주 심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마음의 변화를 경계한다. 요즘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에 어느 정도 닫힌 상태를 유지하자는 마음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헌데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 언제나 한켠엔 마음을 열 준비는 되어있다. 꽉 막히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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