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승진, 내 승질

리더는 괴롭다.

by 오 코치

"네 승진, 내 승질"

리더는 괴롭다.


파랑미로.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나 이사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요.’


“….. 코치님, 저는 팀원한테 이 말을 들을 때가 제일 무서워요.”


아침 7시 세션. 로그인하자마자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말을 시작한다. 이 멤버는 대기업의 이사이며 40여 명의 팀원을 관리하고 있다. 10명의 팀장이 있고, 각각의 팀장은 업무에 따라 서너 명씩 팀원을 관리한다.


나 이사는 어려운(낮은) 내용의 평가를 당사자들과 어느 정도 잘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평가 점수가 높은 팀원과의 미팅만 남았기 때문에 나름 가볍고 흐뭇한 마음으로 미팅을 시작했다. 고성과 점수를 받은 팀장의 반짝이는 눈빛과 좋은 점수를 준 나 이사의 판단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뉘앙스의 미팅은 아니었고, ‘코치라고 별 수 있는 답이 있겠냐’는 매가리 빠진 표정으로 로그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코치님, 그 팀장이 뭐라는지 아세요? 평가를 이렇게 2, 3년 제일 잘 받고 있는데 왜 승진은 안 시켜주냐고 묻더라고요. 하, 정말. 제가 승진을 시켜줄 수 있다고 막 개런티 해준 건 아니에요. 승진의 기회가 높을 거라고 말했죠. 중요하고 큰 프로젝트를 그 친구가 잘했고 그랬으니까요. 저도 윗선에 승진 대상자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그 친구 이름을 가장 밀었어요.”


나 이사도 억울할 판이었다. 본인도 보고서를 매번 올렸고, 나 이사의 상사와 인사팀에서도 승진을 시켜보자고 다 함께 추진했었다. 그래도 마지막 결정이 날 때까지는 알릴 수 없는 내용이므로 디테일을 팀장에게 공유해주지 않았다.


그 사이 글로벌 조직 체계와 예산, 그리고 결정권자가 바뀌었다. 결정권자가 바뀌었다는 것은 전략과 각 지역별 권한이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고성과자의 점수는 잠시 보류되고, 권한과 예산을 많이 가지게 된 지역의 인재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순위가 낮아진 지역의 고성과자의 승진 기회는 조금 멀어진 것이다.


“나 이사님, 모든 디테일을 그 팀장에게 공유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요.”


“네, 다 해주지 못했어요. 그래도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정황과 사정을 최대한 정성을 다해 설명해 줬어요.”


“이해를 잘했나요?”


“아니요. 그래도 어떤 상황인지는 본인도 잘 이해했대요. 중요 순위에서 밀려서 그런 거라는 건 이해한대요. 그런데, 그러면 계속 이런 현실 때문에 본인의 승진은 누락되고 기회도 놓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다른 지역에서 이번에 승진한 사람이랑 비교했을 때 본인 실력이 모자라지도 않고, 본인이 리딩해서 잘 마무리한 프로젝트도 있는 걸 알지 않냐면서요.”


나 이사는 이 상황과 더불어 일 잘하는 그 팀장이 혹여나 이직할까도 염려스럽다고 했다. 당장 대응할 만한 인재도 없을뿐더러, 사람을 키우는 것도 절대적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어려운 일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얼르고 달래서 인재를 잃는 상황은 막아야 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이 일에 대해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답함에 죄 없는 본인의 머리카락만 계속 쓸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지... 뚝딱 답이 나올 일은 아니지.)


화면에서 비추는 나 이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몇 초간의 침묵으로 잠시 호흡을 멈췄다.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자세를 고쳐 앉았다. 초록빛의 카메라 불빛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 이사와 그 팀장의 상황과 답답함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코치는 답이 있냐고!)


“나 이사님!”


조용히 불렀다. 나 이사는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이사님도 주니어 시절, 그리고 한 단계씩 승진하면서 시니어가 되는 동안 대부분의 경우 성과 점수 잘 받으셨죠?”


그가 그렇다고 끄덕였다.


“일에 진심이고, 잘하고, 빠르게 하고, 효율적으로 하고, 전략은 물론 실행과 결과물 돌출까지 집중해서 잘 달려오셨던 거죠?”


“네.”


“매번 기대했던 성공이 아니었던 적도 있었지만, 여하튼 잘해오신 거 맞죠?”


“네.”


그렇지... 그랬을 분이다. 본인은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잘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사람이니 당연히 답을 알아야 할 내용을 물을 차례였다.


“좋아요. 그러셨죠... 그런데요 이사님, 나 이사님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네?”


이 답답한 상황에 대한 명쾌한 답은 주지 않고, 무슨 질문을 하는 거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고요!)


“나 이사님이 일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요. 무엇을 얻기 위해 일하세요? 돈과 명예는 당연히 포함된 거라고 감안하고요. 왜 일하세요? 일을 하는 진짜 이유요가 궁금해요.”


(Why are you working? 이 아닌 What is the reason you are working?로 질문했다. What으로 질문하면 문제자체를 생각하게 한다. 반면, why는 '탓'을 하게 되거나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식상하지만 당연한 답들이 있을 수 있다. 책임감, 성취, 자긍심, 존재감, 기여, 열정, 사랑 등등. 이러한 이유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진짜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어떻게 탐구하는지는 하나씩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하나씩 공유드리는 것으로.)


나 이사의 이유를 파내어 정리하는 과정은 다소 길었다. 간략하게 요점을 말하자면, 힘이 약하거나 본인의 존재감이 작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던 소싯적이 있었다. 그래서 잘 해내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일을 하고 있고,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본인이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존재감'이었다.


나 이사는 내가 하는 질문들에 천천히 정성껏 답을 했다.


"코치님, 제가 답을 하면서 느끼는 게 있는데요. 진짜로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그 팀장에 대해 그리고 저에 대해서도요. 알 거 같아요."


(이번에는 나 이사에게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나 이사님, 그 팀장이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그에게 물어봐주세요. 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승진해서 무엇이 하고 싶기에 이렇게 초조해하냐고요. 진짜 이유를요.”


너무나 식상하고 누구나 묻는 질문이지만, 회사에서는 또는 상사들은 나에게 물어봐 주지 않는 그 질문을 해주길 너무나 바란다. 상사가 물어봐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기를 바란다.


일 하는 이유,

잘해야 하는 이유,

잘하고 싶은 이유,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이 되면 안 되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하 답을 조금씩 찾아가길 바란다.


이유를 답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의식을 인지하고, 탐구해서 파운데이션을 이루고 있는 본인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나날이 이어지길…


*** 스스로 정해 놓은, 그리고 주위에서 기준으로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모두들 참 열심히도 달리고 있습니다. 저는 과장을 조금 보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일을 하는 진짜 이유가 뭐예요? 무엇을 얻죠? 무엇을 얻지 못하죠?”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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