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차이를 발견한 그녀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는 디테일한 관찰력이다.
얼마 전, 친한 여자 피디와 밥을 먹게 됐다. 피디는 나를 보자마자 '작가님, 얼굴에 뭐 했어요? 시술받았나?'라며 내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나는 인사치레라고 생각하며 '하긴 뭘 해요~ 그럴 돈이 어딨어~'라고 대답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함께 있던 사람들도 진짜 피부가 탱탱해졌다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어지러워서 멀미할 거 같으니 비행기 그만 태우라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다 문득, 전날 밤 새로운 크림을 발랐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나 할 거 없이 크림 정보에 대해 물었고 급기야 한 사람은 당장 사겠다고 링크를 저장했다. 전날 두통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세수도 대충 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크림이 보이길래 대충 발랐는데 이렇게 바로 알아본다고? (실제로 강남 유명 에스테틱에서만 쓴다는 주름 개선 효과가 좋은 크림이었음) 크림의 효능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디테일한 관찰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밥을 먹은 뒤, 근처에 있다는 친한 남자 피디를 만났다. 혹시나 또 알아볼까 싶어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딴 말은 없길래 아예 대놓고 물어보았다.
"피디님, 저 좀 달라지지 않았어요?"
"뭐가요?"
"아니 얼굴 좀 잘 봐봐요."
"음... 앞머리가 생겼나? 아니면 눈 화장을 했나? 아니면..."
"그만하세요. 대충 다 말해서 때려 맞힐라고 용을 쓰네."
"정답이 뭔데요?"
"저 크림 바꿨거든요. 피부가 좀 탱탱해졌다고요!"
남자 피디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진심으로 그걸 맞힐 거라고 생각한 거냐고 너무하다는 눈빛을 쏘아댔다. 그리고 제발 '나 뭔가 달라진 거 같지 않아?'라는 질문은 안 하면 안 되냐고 했다. 여자가 그 질문을 하면 남자들은 거의 지릴 것 같은 공포심을 느낀다며, 그냥 친절하게 바뀐 부분을 말해주면 안 되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생각해 보니 이 피디는 내가 앞머리를 자르고 오든, 머리를 염색하든, 화장을 했든 안 했든 알아챈 적이 없다. 이성으로서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이렇게까지 표현할 일인가 싶지만, 명확한 사실은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것.
물론 위의 사례는 너무 어려울 수 있다. 솔직히 피부가 탱탱해졌다는 건 여자도 알아채기 어렵지만, 이렇게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들을 용케도 캐치해낸다. 심지어 함께 일을 하던 작가 선배가 정말 비슷한 톤으로 염색을 하고 왔을 때, 여자 후배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염색하셨냐고 먼저 물었지만 남자 스태프들은 뭐가 바뀐 지 도통 알 수 없다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모 후배의 일화를 통해서도 남녀의 디테일 차이는 알 수 있다. 다른 그림 찾기와 비슷한 아이템으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두 개의 방을 비슷하게 꾸며놓은 뒤 한쪽 방만 의도적으로 바꾸어 놓고 바뀐 부분을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시계 추를 빼놓는다든지, 화분의 방향을 돌려놓는 등 아주 미세한 차이를 두고 다른 부분을 캐치하라고 했다. 여자들은 100% 성공률을 보인 반면 남자들은 50%도 맞히지 못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남자들은 큰 그림에 집중하고, 여자들은 세밀한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
물론 모든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말하는 건 엄청난 일반화의 오류이지만,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여자들이 섬세하거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관찰력이 확실히 뛰어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생각해 보니, 남자보다 여자가 타인 또는 어떤 상황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관찰력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앞서 등장했던 남자 피디가 나에게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처럼, 관심을 두느냐 두지 않느냐의 문제가 결국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