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 : 이성의 조건

이성의 어디를 보는지 이야기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지인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성을 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남녀의 비율이 고루 섞여있는 자리여서 더 흥미로운 주제였다.


누군가는 힙업이 된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힙 상태만 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한다는 사실이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깔끔하게 스타일링을 한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옷을 어떻게 입는지에 따라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 보인다며 자신의 키, 비율, 풍기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센스가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외적인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한 사람의 대답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생기면 정치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정치색이 다르면 오래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말을 듣다가 작년 가을에 만났던 이가 생각났다.


그는 나보다 세 살이 어렸는데 무뚝뚝하긴 하나 나에게는 다정한 남자였다. 서로가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만나 맥주를 한잔하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하루는 치맥을 먹다가 TV에서 흘러나오는 정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시작된 정치 이야기는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요즘 애들 같지 않게 그는 어르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쪽이었는데, 정치색이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 터치하고 싶지도 않고 설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모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정치 인생에 오점이 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분명 성추행을 행한 가해자는 정치인인데, '여자 하나 잘못 만나서', '독한 여자한테 잘못 걸려서' 등과 같은 멘트를 날리며 여자 때문에 정치 인생이 꼬였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 큰 일을 할 사람인데 꽃뱀이 꼬였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대화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 그 아이가 싫어졌다. 정이 뚝 떨어졌다. 정치색도 맞지 않았지만, 명확한 사건에 대해 논점을 흐리는 듯한 궤변을 늘어놓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피해자인 여자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니. 그런 정신머리로 살아가는 남자와 연애를 한들 발전적 관계가 될 리 없고,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와는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이후 이성을 만날 때면 자연스럽게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마치 장인어른이 사위의 술버릇을 확인하기 위해 사위가 취할 때까지 술을 먹여보는 것처럼, 나는 한 사람의 신념, 사상, 생각을 듣기 위해 시사 토크를 끌어내는 것이다. 아무리 외적인 조건이 내 스타일이어도 사고방식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만날 수 없다. 온전치 못한 사고방식이 언제, 어떻게 문제가 되어 나에게 해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과는 어떤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성을 볼 때 어떤 점을 보는 편이에요?"

"저는 외적인 조건도 보지만, 무엇보다 어떤 신념과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편이에요. 적어도 상식이 통하고, 제정신 박힌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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