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 : 리더의 품격

후배의 고민 상담을 해주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어떤 집단이든 리더는 존재한다. 그 리더가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에 따라 일의 방식이나 그 모임의 분위기는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일을 할 때 리더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한데, 나도 가끔 리더로서 행동을 할 때는 나라는 사람 하나가 생각하는 것이 팀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몇 배는 조심하게 되는 듯하다.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여기서 책임감이란 자신이 끌고 가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일들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지만, 전체 팀원들이 열심히 뛰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을 뜻한다. 막내 작가 시절 메인 작가는 너무도 커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회의만 하고 하는 일은 크게 없는데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에 부러움과 불만이 공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연차가 오를수록 책임감이라는 무게와 두려움을 느끼며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지 정신적 고통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사실에 몸 서리 치기 시작했다. 특히 세컨드과 메인을 오가는 자리에 있는 지금, 중간 연차 후배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리더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결과가 잘못되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고, 팀원의 관계가 와해되는 것도 리더의 책임, 전체 분위기를 너무 업시키거나 다운시키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다. 그래서 모 선배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너희가 일하면서 갖는 책임감 반드시 필요하지. 그러나 너무 큰 짐까지 짊어지려고 하지 마. 언니가 책임지려고 너희보다 돈 많이 받는 거 아니겠니?"


어릴 때는 선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너무 잘 안다. 그러나 책임감만으로 리더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늘 고민 상담을 신청한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리더의 통솔력과 언어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알게 모르게 리더에게 가스 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일전에도 가스 라이팅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이 후배는 같이 일하는 선배에게 가스 라이팅을 당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연을 맺은 지 9년 정도가 된 후배인데 항상 우스갯소리를 잘하고 애드리브가 강한 후배였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이 팀과 헤어지면 일하기 힘들어질까 봐, 자신이 살갑지 못해서 등 모든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기 전에 후배에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말은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리더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쓴소리를 들었으면 자존감이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서워졌다.


가끔 일부러 상처를 받으라고 후배에게 질책을 하는 선배들이 있다.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우 그 팀은 발전보다는 상처만 가득 안고 후퇴하게 된다. 모든 관계에서 채찍질만 하는 것은 이탈의 위험이 발생한다. 반드시 당근이 쥐어져야 그다음에 행해지는 채찍질도 의미가 있는 것. 리더는 채찍과 당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리더의 언어는 팀원들에게 직격타를 줄 수 있기에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도 채찍과 당근은 구별하여 사용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리더의 언어 능력과 행동력이 통솔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꽤 동의하는 편이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자리에서 특권을 누릴 상상을 하기 전에 그 자리에 걸맞은 언행과 자신의 능력치를 시험해보아야 한다. 권리라는 것은 그것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리더의 자격을 갖춘 자만이 리더의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리더의 품격을 지키는 자만이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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