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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가 J Apr 11. 2021

수지 타산 생각하고 트레이드하신 거죠?

프로 배구에서 트레이드 제도는 각 팀에서 필요한 자원을 수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즌 중에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팬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그 선수가 왜 다른 팀으로 가야 하는데!?' 라는 다소 황당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기량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주전 선수에 밀려 웜업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선수라면 타 팀으로 트레이드 되었을 때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응원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갑자기 발표되는 트레이드 소식은 언제나 놀라울 수밖에 없다.


남자 프로배구 선수 중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많은 팀을 경험한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황동일 선수일 것이다. 황동일 선수는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기대주로 꼽히던 선수였다. 하지만 우리캐피탈 드림식스(現 우리카드 위비) 입단과 동시에 열흘도 지나지 않아 드래프트를 통해 LIG 손해보험 그레이터스(現 KB손해보험 스타즈)로 이적하게 된다. 우리캐피탈과 LIG 손해보험의 입장에서는 베테랑과 세터가 각각 필요했기에 의미 있는 트레이드라고 느껴질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인왕까지 거머쥐며 앞날이 환했던 황동일 선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011년 2 대 1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점보스로 이적한다. 사실 대한항공에는 한선수 선수라는 주전 세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기에 세터 황동일 선수가 설자리는 없었다. 2013년 한선수 선수가 입대를 하며 주전 세터로 설 기회는 있었지만 이때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결국 2014-2015시즌 도중 류윤식 선수와 함께 삼성화재로 가게 되었다. 삼성화재에는 팀의 얼굴과 같았던 유광우 선수가 세터로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그곳에서도 황동일 선수는 백업 선수로 기용될 수밖에 없었고, 아포짓 스파이커와 세터 포지션을 오가며 활약하다가 군대를 다녀왔다. 그 후 삼성화재에서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은 그를 구원한 건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었다. 2019년 마지막 희망을 잡은 황동일 선수는 주전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후배 이승원, 이원중 선수와 함께 현대의 세터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트레이드라는 단어가 빠지면 섭섭하기라도 한다는 듯, 2020년 11월 신영석, 김지한 선수와 함께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장신 세터이자 왼손잡이 세터라는 장점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황동일 선수의 배구 인생 키워드는 '트레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모든 구단을 스쳐갔다. 황동일 선수의 트레이드는 '또?' 라는 말이 먼저 나오긴 하지만, 한 번 더 그의 배구 인생에 꽃이 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원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올 시즌 한국전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은퇴를 하는 순간까지 더 이상의 트레이드는 경험하지 않고 한국전력에서 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사실 올 시즌 가장 충격이었던 트레이드 사건은 황동일 선수와 함께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신영석 선수였다. 현대캐피탈은 센터 신영석, 세터 황동일, 군 복무 중인 김지한 선수를 한국전력으로 보냈고, 한국전력은 세터 김명관과 레프트 이승준, 그리고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현대캐피탈에게 내놓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리빌딩을 목표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현대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국내 최고의 센터라 불리는 신영석 선수를 보냈다는 사실에 현대 팬들은 물론이고 배구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팀 재창단에 맞먹는 리빌딩 모드라고 하지만 그래도 신영석 선수를 보내는 건 현대의 기둥이 쑥 빠지는 것과 같을 텐데. 신영석 선수도 나이가 있으니 얼마나 더 하겠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블로킹 능력이나 속공 능력은 여전히 톱이고 향후 몇 년간은 계속 톱을 유지하리라 본다. 물론 멀리 보는 최태웅 감독의 선택이 몇 년 후에는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2020-2021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3 대 3 트레이드는 팬들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트레이드가 무조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한선수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던 그 해,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은 유광우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문용관 감독의 의지와는 별개로 삼성화재가 1라운드에서 유광우 선수를 먼저 데려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결국 대한항공은 1라운드에서 진상헌 선수, 2라운드에서 한선수 선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문용관 감독은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삼성화재에게 유광우 선수와 트레이드 제안을 했는데 그가 내놓은 카드는 무려 1,2라운드에서 지명했던 진상헌 선수와 한선수 선수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트레이드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이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면 배구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필 이 세 명의 선수는 입단 후, 팀을 바꾼 적이 없었다. 유광우 선수가 2019년 대한항공으로 옮기고, 진상헌 선수가 2020년 OK금융그룹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특히 한선수 선수가 신치용 감독을 만나 그의 스타일대로 배구를 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되지만 지금과는 정말 다른 행보를 걷고 있지 않을까.


심지어 트레이드를 통해 타 구단에 입단을 했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2014-2015 시즌 중 한국전력의 윙스파이커 서재덕 선수와 현대캐피탈의 세터 권영민, 윙스파이커 박주형의 1 대 2 임대 트레이드. 잔여 시즌 동안 임대 트레이드를 하는 것이었는데 타 구단들의 규정 위반 이의 제기로 트레이드가 무산된 케이스다. 이때 누구보다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건 서재덕 선수였다. 한국전력에서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던 전광인 선수는 서재덕 선수를 '잘 때 반드시 필요한 이불 같은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트레이드 소식과 함께 서재덕 선수가 현대캐피탈 숙소로 향한 날 밤, 전광인 선수는 SNS에 '지금 추운데 이불이 없다'라는 글을 남겨 팬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물론 트레이드가 무산되어 서재덕 선수가 다시 수원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건 전광인 선수였다.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건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와 타 팀이 원하는 선수의 합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단의 트레이드 단행이 과연 팀의 발전을 위한 일인지, 선수의 앞날을 위한 선택인지, 팬들이 납득할 만한 일인지는 더 깊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어떤 이유에서건 납득하기 어려운 트레이드는 모두에게 상처로 끝나는 최악의 사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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