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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가 J Apr 08. 2020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발 그 시간 속으로 저를 보내주세요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시간, 잘못했던 실수를 만회하거나 없던 일로 만들고 싶은 시간, 힘든 이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고 싶은 시간...


현재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처음 주어지는 시간이기에 만반의 대비를 한다 해도 실수할 수 있고, 아쉬움이 남는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모퉁이를 돌았을 때 급히 달려오는 자전거를 만날 수도 있고, 목줄이 끊긴 맹견을 마주할 수도 있고, 뚜껑이 열린 맨홀 위로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나는 작년 겨울부터 2019년 1월 1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칭얼대거나, 잠이 오지 않는 긴긴밤을 지새울 때면 불가능한 일인 걸 알면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제발 그 시간 속으로 저를 보내주세요.'


내가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 때문이다. 관계의 개선이 필요했다, 그와 나 사이에는. 돌이켜보면 내가 했던 언행들이 그를 지치게 했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의 언행이 나를 외롭게 했기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거겠지. 그럼에도, 그때의 우리가 그리운 건 사실이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그가 힘들어했던 행동들을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그의 언행은 애초에 싹을 잘라 버릴 거라고 또 자신한다.


연애가 끝날 때마다 나는 참 많은 후회와 아쉬움을 안고 돌아선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상대가 싫어했던 언행을 조심하겠다고 스스로 맹세한다. 물론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희대의 명언처럼 나는 수많은 상대와 연애하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고, (외형은 이상형에 가깝도록 완벽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꾸준히 만나왔다. 그리고 언제나 마무리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말로 의미 없는 다짐을 반복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2019년 1월 1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변화한 모습으로 그를 맞이할 것이고, 그때의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마음속으로 되뇐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지만, 그 흔한 노랫말처럼 내가 그리워하는 건 네가 아니라 그때의 우리이고, 지금의 후회는 더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버린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 사람과 크게 싸우고, 이별한 지 2개월이 훌쩍 넘었다. 비밀로 만나던 사이였기에 내 이별은 공론화될 수 없었다. 혼자 속앓이를 하며 한 달을 울었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와 이별을 했는지 모르면서 안색을 살피고, 날아가 버린 영혼을 확인하며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왔다. 나는 '아무 일 없어.'라고 대답했어야 했지만, 바보처럼 '괜찮아.'라는 동문서답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이후 한 달은 그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를 끊임없이 되뇌며 합당한 이별이었음을 상기시켰고, 이 시간도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위로를 받기 위해 미친 듯이 책만 읽었다. 그렇게 두 달을 지내다 보니 의외로 견딜만해 져서 친구를 만나도 예전처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거짓이 아닌 진짜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고 스스로가 느낄 정도였다.


'그래, 이별 뭐 있냐! 나는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빈속에 마신 맥주 한잔에 말도 안 되게 취기가 올라 문득 그 사람 얼굴을 떠올렸는데... 괜찮아진 것 같았던 마음이 오열에 가까운 울음과 함께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이 잡아주던 손이 그립고, 나를 안아주던 두 팔이 그립고, 다그치던 목소리마저 그리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분명 네가 없이도 잘 살 것 같아서 주고받던 메시지도 이제는 지워버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간절한 기도를 하게 될 것 같다.

'2019년 1월 1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그 시간 속으로 저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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