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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by Artist K

다시 이사 준비 중.

4월은 유럽 전체가 축제인 것처럼 들떠있다. 따뜻해진 날씨 탓도 있지만 부활절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나는 3년 전 4월에 처음 네덜란드에 왔고 부활절에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입성'했다.

여기서는 부활절 휴가기간엔 대부분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휴가를 즐기기에, 레지던스에서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부활절'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1년 후,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4월에 새로운 레지던스로 옮겼었다. 새로운 곳에서 부활절에 대한 영화도 보고, 혼자 화사한 햇살 속에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혼자'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다시 독일. 이번엔 에센(Essen)이라는 곳으로 간다.

작년 겨울 한국에 휴가차 갔을 때, 나의 멘토 분과 전시기획을 의논했었다.

그리고 다시 왔을 때, 에센에 있는 1000 스퀘어 미터의 갤러리에서 그룹전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전시가 완전히 결정되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이 전시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다. 지금도 진행 중이므로 나는 굉장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쨌든 이 전시의 기획에 적극 참여한 계기로 나는 에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독일어도 제대로 못하는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사업가 분께 너무 감사하다.

IMG_1758.JPG

-전시 준비 중 -제목: '나는 서울이 온세 상인 줄 알았다' Kelly Jang


내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한국 예술가들로만 구성된 이 그룹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지금 나의 숙제이다. 나의 멘토분을 중심으로 그녀가 잘 '아는' 작가들이 독일에 오게 된다. 그녀는 사람을 알아야 그의 작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 앎이란 소셜 네트워크의 얄팍한 인맥이나 유명세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성을 안다는 뜻 이리라. 나는 그녀를 믿고 그녀가 추천한 작가들에 대해 동의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 임무는 예술가로서도 전시에 동참하지만, 멘토분을 비롯한 다른 작가분들과 독일에서 좋은 전시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다.

또다시 이사.

서울에서 네덜란드로 왔을 때도, 네덜란드에서 베를린으로 갔을 때도, 다시 베를린에서 네덜란드로 왔을 때도,

나는 비슷한 기분이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스스로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나는 감사하기로 했다. 생계형 예술가로 사는 일이 고달픈 와중에 월급을 받는 일이 생겨서 감사하고, 나를 믿고 큰일 맡겨주는 독일분들께 감사하고, 한국에서 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이 다시 내게 오는 것에 감사하다. 뇌가 다시 활성화되겠지?!

새로운 일에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는 건 아마 절망의 경험에서 오는 두려움일 것이다. 그래도 그 절망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모두가 나를 위한 교육이라는 것.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 과정에서 '삐딱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다만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준비가 되어있기를, 그래서 스스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랐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실수투성이인 나지만, 감사하는 마음 잃지 않고.

내가 떠나온 곳을 잊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되기를.

이렇게 생각하면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4월. 모두에게 좋은 여행이 시작되는 달이 되기를.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https://youtu.be/xVoMIDe-C2Q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 피리

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가슴과 영혼과 마음과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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