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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Oct 27. 2020

서사의 죽음

#day 10 The death of narrative

그곳은 마을 전체가 독일에서 소외된 곳 같았다.

러시아 군인들의 비석. 버려진 스탈린의 동상이 무심히 놓여있던 곳.

베를린에서 기차로 이동할 수 있었던 그 마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군기지가 있었던 곳이었다.

전쟁 때 사용했던 비행장과 격납고들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마치 영화가 끝나고 버려진 세트장처럼.


그곳에 내 작업실이 있었다.

사업가 한 분이 대지와 빌딩들을 매입해서 예술 하우스를 만들었고, 여러 인연들이 얽혀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나는 거의 매일 이유를 생각했었다.  ‘내가 왜 이곳까지 와 있을까?’

예술 하우스에 머물던 다른 작가분이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작업실도 전쟁 당시에 독일 사람들을 분류해서 가스실로 보내는 장소로 쓰였다고 했다.

당시 히틀러는,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난 그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독일인 중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가스실로 보냈고, 마을은 그가 실제로 독일에서 소외시키려고 했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 무거운 공기가 늘 나를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들은 내게 와서 닿기엔 너무 가벼워서(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아서)또는 너무 무거워서 나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할지 내내 고민했었다.

늘 말을 하고 싶어 안달했던 내 작업들은 침묵했다.

내가 역삼각형의 마크를 꿰맨 것은 이미 침묵해버린 이야기를 나의 방식으로 예민하게 만지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지워져 버린 그의 얼굴처럼 시간도 이야기도 침묵하는 장소.


그 마을은

그리고 타국에서 온 나는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소외된 것만 같았다.




* 역삼각형의 마크는 죽음과 삶을 구분하는 ‘낙인’이었다고 한다.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 옷에 저 낙인이 꿰매어지면 그들은 곧 죽게 될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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