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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enye Kwon Mar 03. 2019

#0. Prologue

- consecutively transferring my positio

약간의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 퇴사를 하고 떠나온 얘기들...

그리고, 다음 회사를 고를 때 내가 염두했던 것들을 말하려고 한다. 

나에게 퇴사는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었고, 더 나은 곳을 찾는 행위였다. 그러니 이 매거진은 '퇴사'가 아니라 '이직'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직은 내가 그려온 미래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그런 행보를 두고 조직에서는 '성실하지 못하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라는 굴레를 씌운다. 하지만 조직이 인간을 (즉, 직원을) 얼마나 가차 없이 대해 왔는지 생각해보면 이 굴레가 얼마나 뻔뻔한 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조직은 오랫동안 우리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대해왔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40대에 이른 오랜 경력직들을 무단해고 해왔고,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경력과 아무 상관없는 보직에 발령을 낸다. 꼭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조직에 적응하거나 회사 전반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무팀 직원을 홍보팀에, 조사팀 직원을 영업관리 직에 아무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령을 낸다. 이렇게 조직은 사원에게 의리와 신의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왜 우리는 언제나 조직에 성실과 믿음을 보여줘야 하는가.


내 삶에서 8시간의 에너지와 가장 날 선 지식을 쏟아붓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관계는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이면 그만이다. 누가 내 등에 빨대를 꽂아, 내 에너지를 주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이 빼앗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관계는 그게 누가 되든 간에 건강하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난 내 이직이 부끄럽지 않다. 아니 사실 이게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싶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회상해 봐도 8번의 이직 중에서 후회되거나,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 내 인생에 충실하려고 애를 썼을 뿐이다. 


이 매거진에서 나의 10년간의 회사 생활 중 이직 경로와 그 과정을 담담히 그려낼 예정이다. 이 과정은 분명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슬프게도 아직도 난 내가 몸 담은 곳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값싼 자족을 거부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개인적 문제로 풀어나가진 않을 것 같다. 

8번의 이직 (솔직히 짧게 머문 곳까지 포함하면 10번은 된다)을 결심한 과정, 퇴사 기간의 고충, 그리고 재취업의 난관들. 그럼에도 나의 노선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등이 나 개인적 시선으로 나열될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이 다 써지고 나면, 책으로 엮어질 것 같다. 그 날까지 책임감으로 쓰기 위해 오늘 여기에 포문을 연다. 앞으로 지치지 않고, 단단한 허리 힘으로 잘 써 내려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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