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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u Jul 19. 2019

집주인 아저씨의 미스테리

도대체 왜........?


인스펙션 후 부동산에서 날아온 편지.


언니들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뜯었고, 모두가 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편지는 모두가 예상했던, 인스펙션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다.


<귀하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새로 계약되는 기간을 맞이하여, 부득이 렌트비를 올리게 되어, 안내를 드립니다. 현재 한 주에 $550이지만 다음 달부터 주당 $570으로......>


부동산에서 보내온 건, 다름 아닌 렌트비를 올리겠다는 편지였다.


그런데 우린 모두 편지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현재 집의 렌트비가 주당 $550 인건 아무도 몰랐다. 이번 기회에 우연찮게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이것이 우리 모두가 당황스러운 포인트였다.


우리가 알기로 존 아저씨는 '부수입'을 위해 집을 자기가 렌트를 한 뒤 우리에게 다시 방을 하숙을 치는데, 그런 집이 써니뱅크에 3채가 있다. 그 사실은 학교에서 만난 존 아저씨의 집에 사는 다른 홍콩, 대만 학생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내는 렌트비였다. 모두들 주당 $110씩 내고 있었는데, 우리 집은 총 5명이 살면 주당 $550이 되어 현재 존이 부동산에 내는 렌트비와 동일하다.


그러면, 전혀 이 집에서는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아니, 수익이 발생하기는커녕, 존 아저씨는 휴지와 쌀, 청소기 등 기타 물품도 제공해 주었고, 인터넷, 전기세, 물세,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도 내고 있던 상황인데, 호주는 그런 공과금이 비싸서 그런 비용만 최소 한 달에 $3-400 가량 나오는 형편이었다.


그러면 이 집 한 채를 본인이 렌트를 하고 다시 학생들을 받아 결과적으로 월 $3-400 가량 마이너스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데, 도대체 아저씨는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어쩌다 우리 집만 이렇게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인 건지, 존 아저씨가 하숙을 주는 다른 집들도 그런 건지, 상황이 희한하여 언니들은 다음날 학교에 다른 친구들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마찬가지로, 존 아저씨의 다른 집에서 사는 홍콩과 대만 학생들도 지금 본인들이 내는 렌트비로는 부동산에 갖다 줄 금액도 되지 않는데 왜 존 아저씨는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평소에 그게 궁금했다는 답이 돌아왔다는데...


이것은, 진정 미스테리였다.


우리가 알기론 존 아저씨는 가족이 없이 혼자였다. 콧수염을 기르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늘 구부정한 허리를 해 다녔는데, 나이는 4-50대 정도로 추정되었고, 무엇보다도 집도, 일정한 주거 지역도 없었다.


그래서 본인이 렌트해 다시 세를 주는 집 3채의 차고에 다 떨어져 가는 소파를 가져다 놓고 그 3집을 전전하면서 살았다. 존 아저씨를 볼 수 있는 건 렌트비를 내는 날이었는데, 2주에 한 번씩 2주 치 비용을 내곤 했다. 매 2주마다 그날이 와서 집에 돌아오면,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렌트비를 기다리는 존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현금을 찾아서 렌트비를 드리고 있었는데, 렌트비를 받고 나면 아저씨는 차고로 가서 자고 다음날 새벽같이 사라지곤 했다.


우리 집이 5명이었으니 매 2주마다 5번을 방문하면 1달에 약 10번을 방문하게 되고, 그렇게 집 3채가 있으니까 10번씩 3채를 돌아가면서 지내다 보면 1 달이었다.


이 모든 게, 아저씨가 집을 렌트를 주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는데, 오히려 한 집당 $3-400이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이고 그런 집이 3개가 있으니 월에 $1000 정도를 손해 보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모든 상황이 굉장히....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여 앉아 다양한 가설을 세워보며 이 난제를 풀어보려 했다.



1. 아저씨 자선 사업가 설


가설: 존 아저씨는 유학생들이 불쌍하게 사는 걸 알고 좋은 집을 저렴하게 렌트해 주며 본인 돈까지 써 가며 쌀과 휴지까지 제공해 주며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반박: 그런 부류의 자선사업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리고, 모든 집에 사는 사람이 여자고, 홍콩, 한국, 대만 사람으로만 채워진 건 이상하다. 왜 홍콩, 한국, 대만 사람만 살게 되었나? 당장 어려운 호주나 다른 대륙에서 온 학생들도 많은데...


2. 소심한 성격 설


가설: 아저씨가 이 집을 오랫동안 렌트해 왔는데, 그동안 부동산에서 부르는 렌트비는 올랐지만 맘 약한 아저씨는 학생들에게 돈을 올려 받지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반박: 그러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설명을 하고 돈을 올려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매년 주당 $5-10 정도 올리는 게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고 유학생 입장에서 한 달에 $20 더 나가게 되는 건 큰 타격도 아닌데 맘이 약해서 그러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이미 우리가 내는 금액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


3. 아저씨 변태 설


가설: 자기 돈을 써가면서까지 집을 3개를 렌트하고 아시아 여자 학생들로만 채워 넣고, 그 집들을 전전하며 차고에서 밤을 보내고 가는 건 변태일 가능성이 있다. 그 집에서 사는 여자들을 보고 좋아하며 젊은 기운을 느끼며 활력을 얻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반박: 아저씨는 주로 밤에 와서 렌트비만 받은 후 차고에 틀어박혀 있고 동이 트기도 전에 나가고, 단 한 번도 방을 노크한다던가 밤에 거실에 서성인다던가 우리랑 말을 섞는다던가 하지를 않는데 딱히 그런 쪽으로 의심스러운 점은 찾아볼 수가 없다.


4. 아저씨 집주인 설


가설: 아저씨는 사실 이 집과 다른 집들의 실제 주인이고, 부동산 인스펙션 때마다 와서 트집을 잡는 심술궂게 생긴 집주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동거녀 또는 애인이고, 아저씨는 이 모든 사실을 우리에게 숨기고 있다?


반박: 집을 세 채나 가진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떠돌아다니며 차고를 전전하며 잘 리가 없을뿐더러, 굳이 집주인인 사실을 숨기며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결국 이 미스테리를 풀지 못했다. 아저씨에게 속 시원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뭔가 실례가 되는 것 같아 물어보지도 못했고, 괜히 물어봤다가 '잘 됐다. 안 그래도 내가 너무 손해니 렌트비를 올려야겠다'하는 답을 들을까봐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너무 궁금하다.


존 아저씨는,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런 일을 했을까?


정말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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