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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Apr 19. 2022

손을 잡으세요.

14일간의 휴가 둘째 날

퇴직하면서 승용차를 반납하고 뚜벅이가 되었다.

이제는 BMW에 익숙해질 상황이 된 거다.


BUS

METRO

WALKING


승용차를 몰고 다닐 때는 항상 낮은 곳에서 옆과 위를 바라보고 다녔다. 버스가 다가오면 시야가 가려 얼른 피하고 절대 버스 뒤꽁무니는 붙어서 달리는 건 항상 피했다.

승용차 입장에서는 대형버스는 일조권 침해와 시야 방해를 일으키는 말썽꾸러기이기에.


강원도에 갈 일이 있어서 오늘은 버스를 탔다.

카톡 맵으로 정류소와 버스번호,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서투른 버스 타기를 시작했다. 갈아타는 여정이었는데 내리는 곳을 지나쳐버렸다. 150미터를 되돌아 걸어 올라왔다.


루틴이 아닌 일은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낯섦과 묘한

긴장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기차 출발시간이 충분했기에 여유롭게 환승버스를 골라 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가 승용차보다 편안했다. 높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늘 똑같은 각도에서 바라보면 편안함은 보장이 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이나 다른 면이 있음을 간과하게 되는 것.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생경함에서 다양성과 차이를 발견하며 사는 것이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리라.


버스 안을 찬찬히 보았다.

소화기가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한 체구에 선명한 빨간색 바디를 가진 소화기는 안전을 제공하는 첫 번째 용사였다.

그의 바람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버스 안에서 소란과 위험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그가 있어 만약의 위험을 제거하는 해결사로 여김 받음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 지붕에서 내려와 있는 노란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날렵한 가죽 스트랩 끝에 세모난 얼굴의 노란 손잡이는 승객의 안전을 제공하는 두 번째 용사였다.

그는 항상 그 자라에 매달려있으면서 손잡아 주는 편한 친구 같았다.


흔들리세요? 저를 잡으세요!


그는 누구에게나 아무 때나 어떤 상황에서든 손잡을 수 있게 열려 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그처럼 누구에게든 손을 내어 밀고 있었을까? 잡아달라던 부탁을 거절한 적은 없는가? 지인 몇몇의 부탁을 거절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무안했다.

부탁을 거절할만한 나의 사정도 있었지만 그에게 나는 손잡이가 되어주지 못했음에 나 자신이 그리 너그러운 사람은 아니구나 싶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이십여 분간 바깥 풍경은 느릿하게 움직였고 일상의  사람들은 저마다 종종거리며 걷고 있었다. 노란 손잡이에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던 나는 하차 목적지에 다다라서야 손잡이에게 인사하고 내렸다.


너는 참 멋진 존재야!

누구의 손이든 너는 잡으라고 내어주잖아.

너의 넉넉한 마음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함을 배우고 간다. 고마워~~


버스 안 노란 손잡이가 멀어져 가고 마음은 맑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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