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아파트

짧은 글 2

강원도 삼척시 남양동

삼십 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낡은 아파트

창틀은 대부분 녹슬고 뒤틀리고

외벽은 각질 일어나듯 봉긋거리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은 때 묻고

일자형 복도식 통로는 비좁고

오늘처럼

비 오고 바람 많은 우중충한 날엔

검푸른 하늘색을 쏙 베껴 채색한 듯

아파트 외벽은

하늘의 경계도 모호하게 만들고

낡음으로 편안하고

오래되어 편안하고

높지 않아 편안하고

누구든, 아무든 다녀가도 편안할 공간

남양동 낡은 아파트가 부리는

최대의 사치는 대충 두어도 오래 살아갈

고무나무 화분들

삶에 욕심도, 장식도, 영광도, 명예도, 돈도,

출세도, 영화도 다 없어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이면 서초동 타워팰리스보다 좋을 곳

거주공간은 외형의 멋보다

사는 사람의 품격이 멋져야 함을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