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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May 27. 2022

삼척 야경

짧은 글 1

강원도 삼척의 밤이 깊었다.

짙은 어둠은
잠들지 않은 주택의 불빛과
상점들의 조명 간판과 가로등 빛을
누르고 있다.

베란다 여닫이 두 짝 창을 활짝 열고
별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밤하늘을 끌어들인다.

깊은 호흡으로
밤을 삼키고

길고 나지막이 한 토막 숨을 뿜는다.

보였던 것들은 감추어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익숙한 어둠이
뭉클 대는 가슴도
가려준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 색깔의 화려함보다

흑색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깊은 담백함이
마음을 다독여준다.

빛이 있을 때 수고한 것에 대한 쉼을
가지라 한다.

열었던 두 짝의 창문을 닫는다.
삼척의 밤하늘을 온몸에 두른다.

홀로 있음도 가려준다.
그리움으로 이불 덮고,
더 그리움으로 눈을 덮는다.

그리운 사람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으로
밤하늘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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