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vinstyle Sep 22. 2023

5000원의 포만감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 찾기 #1

비 오던 화요일 점심시간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문역으로 옆자리에 함께 일하는 동료분과 함께

낡고 작고 모양새 없는 오래된 중국음식점을 찾았다.

물론, 가끔씩 자장면 먹으러 가 보았던 곳이기에

나에게 맛은 검증되어 있었다.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리니 허기가 몰려왔다.

음식의 맛은 '손 맛 반, 기다림 반' 이기에

오늘도 여전히 변함없는 맛을 기대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와 함께 졸업기념으로

먹었던 자장면이 생각났다.

그때는 고급 파스타에 견줄 수도 없을 만큼 고급

음식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세상의 온갖 산해진미 요리들이 글로벌하게 음식시장에 나오면서


자장면의 지위는 서민음식의 대명사로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부담 없는 친구 같은 자리에

오래오래 버텨주었다.


자장면 가격의 변덕은 시장논리의 자연러운

풍파를 비껴가지 못하고

매 년 오르고, 또 오르고~~~

3천 원, 5천 원, 7천 원, 9천 원, 만원을

넘어서고 있어  이제는 당당히 고급음식 사이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기다리던 자장면이 나왔다!


은은한 광택이 어우러진 검은 자장소스를 휘두르고

건강하고 통통한 짙은 미색면발은

한 자리에서 헤어짐 없이 한 움큼의 또아리로

버티고

사이사이 윤기 나는 하얀 양파조각들이

거뭇거뭇 자장소스와 어우러져있었다.

젓가락을 휘저어 소스와 면과 양파를 버무리면

사이사이에 튼튼한 육질을 자랑하는

꼬마 돼지고기 조각들이 보여 반가웠다.


배신은 없었다.

자장면의 맛은 여전히 좋았다.

거뭇한 자장면 위에 풍미를 더하는 빨간 고춧가루의

마법은 탁월한 선택의 한 수였다.


비 오는 축축한 서울 도심에

착한 가격 오천 원을 수 년째 지켜주고 있는

자장면 가계 사장님이 고마웠다


포만감이 생겼다.


점심 한 끼는 때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잘 먹어야 한다.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 전에

맛을 느끼고 즐거움을 채우는 기쁨을

저절로 채워야 점심 한 끼의 사명을 다한다.


맛이 없는 음식을 모르고 먹었을 경우에

음식가격의 지불가치 효용의 반감보다

행복감을 박탈당한 분노가

더 크게 마련이다.


비 오던 날 자장면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가득 채워주었다

중국음식점은 공덕역 해링턴스퀘어 뒷 길 이층에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반갑다! 친구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