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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Dec 15. 2021

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 - 김현, 문학을 읽는 이유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문학비평가 김현은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에 대해,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면,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무엇을 왜 욕망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 앎에 대한 욕망은 남의 글을 읽게 만든다.’ 어쩌면 내 사랑에 대한 지침서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의 탐색, 혹은 선택과 결정을 유예시키며 즐기는 대리만족. 그런데 이미 알고 있잖아. 내 사랑의 경우는 그 수없이 많은 이야기 중에도 없다는 걸.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소설보다 더 특별한 현실이라서...


  자신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는 데에 사랑만한 것도 없잖아. 어디 가선 성격 좋다는 소리를 늘상 들어도, 내가 이토록 유치하고 속이 좁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깨닫게 하는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못났고, 너는 언제나 그토록 아름답다. 사랑은 언제나 나에게만 불리한 게임.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미 한 겹 쌓인 기억 위로 갈마드는 아픔의 감정.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아프고, 더 욕심이 나서 아프고, 혹여 이대로 멀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아프고...


  그렇다고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야. 한편으로는 그 아픔을 계속 곱씹는 마조히즘 같은 것. 그런데 마조히즘이란 게 자신의 지금이 무엇으로도 해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저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가피학적 충동이거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가 애매해진 무력감 속에서, 그 경계를 건드려보는 것으로써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 하여 아픔일망정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떼어내지 못하며,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 제목으로 대시하자면,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거라는...


  최새봄 작가님의 신작에 관한 보도자료 안 써지고 있음. 매번 돌아버리겠네. 절대로 그 아픔까지 사랑할 수 없는 장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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