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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19. 2021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

하늘바라기

   꼬마야 약해지지마!

     

   10분 정도 먼저 도착한 식당에 울려 퍼지던 한 소절이 꽤나 좋았던지, 바로 핸드폰으로 가사를 검색했다. 부른 가수가 정은지인지도, 그 제목이 <하늘바라기>인지도 몰랐던, 이미 5년 전 발매된 것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던 노래.     

  

   노래가 끝나는 순간에 맞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 혹시나 이름에서 그 글자가 ‘하늘’을 뜻하는 한자인가를 물었는데 아니었다. 실상 하늘을 뜻하는 글자는 내 이름에 들어 있다. 내게 익숙한 것을 상대에게서 찾으려드는 습관. 타인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실상보다는 나의 상상을 투영하는 순간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이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의 대기가 가시광선 중에서 단파장인 푸른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란다. 낮 동안 우리가 보는 하늘은, 실상 지구의 일부를 보고 있는 것. ‘바라기’란 어쩌면 대상이 아닌 저 자신에 전념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접사인지도 모르겠다. 실상 우리가 하는 사랑이 이렇기도 하잖아. 사랑의 대상에게 나의 푸르름을 투영한다. 그리고 왜 내게 비를 내리느냐고 따져 묻기도...       

   이 아름다운 지구를 살아가는 생명들에게는 그 모두가 햇살만큼이나 중요한 기후인 것을... 심지어 태풍이 불어와야 바다의 윗물과 아랫물이 뒤바뀌면서 용존산소량을 높아진단다. 또한 실상이란, 차라리 나의 푸르름을 밀어내며 내려앉는 어둠 속에 자리한 것이 아닐까? 좋은 시절보다는 그렇지 않은 시절이 삶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듯, 늘 좋기만 한 관계보다는 약간은 어긋난 시간동안 그에 대한 보다 많은 이해와 내 스스로에 대한 더 많은 오해를 돌아보듯.      

 

  삐걱이던 시간이 그런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으로의 결론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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