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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y 31. 2022

사르트르, <존재와 무> -  '편인', '상관'

사주팔자 보는 편집자, 애정운

... 헤겔에 따르면 ‘타인은 대상이고’, ‘나는 타인 속에서의 대상으로서 나를 파악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주장은 서로를 부순다. 내가 타인 속에서의 대상으로서, 나에게 나타날 수 있기 위해서는, 나는 타인을 주관으로서의 한에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타인을 그 내면성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 <존재와 무>, 동서문화사, 정소성 역, p412 -


  사르트르가 헤겔을 비판한 요지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맞춰 나를 정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가 나를 그렇게 바라볼 것이란 생각은, 나의 생각인 거지. 물론 평소 내가 봐 온 그의 이미지에 준한 것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가 있고, ‘타인이 바라보는 나’가 있잖아. 그 두 ‘나’ 사이에 소통이 있을 수 있을까? 상관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인과는 아니라는 거야. 후설은 상호단자적이라고 표현하는데... 라이프니츠가 각자의 모나드에는 창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후설을 창을 낸 거야. 


  이를테면 창문으로 들어온 풍경이란 건, 창문의 입장에서 선택적 지각인 거잖아. 그러니까 소통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각자의 입장에서, 일부로 전체를 추측하는 오류의 가능성을 잠재한다는 거지. 이게 현상학의 전제이기도 하잖아.


  사주팔자로 말하면 ‘편인’들의 속성. 그래서 이들은 창문에 가려진 것들에 항상 의심을 품는 거야. 물론 합리적이고 철저하고 신중하지. 그러나 그 합리와 철저와 신중이 자기 관점에 매몰되어 있다는 거. 그 일부로 전체를 추측할 때도 자신의 합리와 철저와 신중을 배신하지 싶지 않은 거야. 역설적으로 의심의 다른 형태가 자기 확신이 되는 것.

  슬슬 메일로 상담을 주고 받는 일이 발생하는데, 애정운에 대해 많이 물어오신다. 웃기지? 내 연애도 어려울 판에, 남의 애정운에는 어떤 조언을 드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게...


  어제는 일지에 ‘상관’을 지니신 분이었는데, 마침 또 내가 일지 상관이라... ‘편인’과는 반대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상관은 활발한 자기 표현의 활동 인자, 그런데 그것이 타인에게로의 맞춤 서비스다. 그 사람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를 걱정하면서 표현하는, 나름의 배려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너무 진실된 표현일 때가 문제가 될 수도... 내가 생각하는 배려와 타인이 생각하는 배려는 다를 수가 있잖아. 때론 말을 아끼는 것이,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보다 배려일 수가 있잖아. 상관 주변에 정관/편관이라도 있으면, 정의감도 있는 거야. 잘못은 지적하고 가야 하는 성격. ‘현침살’이라도 있으면, 칼로 베듯 날카롭게 지적할 수도 있고... 


  여자에게는 정관/편관은 이성운이기도 하거든. 그리고 상관/식신은 가르치는 행위도 된다. 그러니까 남자를 자꾸 지적하려 들 수 있는 거. 물론 이거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 나에 대한 관심 같고 해서, 지적받을 짓을 더 저지르면서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그런데 이게 누적이 되면 어떻겠어? 지적하는 입장도 다정스럽진 않고, 지적받는 입장도 지치고... 나는 관심인 건데, 저쪽에서 구속으로 느낄 수 있지.


  그런데 편인/정인이 있으면 이게 조절이 돼. 없을 때는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스스로는 진솔된 건데, 왜 그걸 불편해하는지 모르겠는 거야. 각자의 모나드가 소통되지 않은 경우지. 창문도 없고...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일치할 수 없잖아. 그런 면에서 사주풀이가 수긍을 압박하는 권력적 지식이 되기도 한다. 꼭 사주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보단, 그런 반성적 거리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는 노력으로부터 발전도 따르는 거 아니겠어? 그렇듯 지금을 부정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無의 가능성. 그 無를 다시 채워가는 것으로 재정립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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